[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와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조합)이 재정지원금 합의 뒤에도 환승체계 탈퇴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조합 측은 환승 손실금 보전 등의 이유로 환승 탈퇴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시는 지난 2일 조합과 마을버스 운송서비스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시와 조합이 상호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대시민 교통 서비스 개선과 운행률 제고에 협력하고, 이를 위해 실무자 협의회를 구성·운영해 운송 서비스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시는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재정지원 기준액을 51만457원으로 조정했다. 앞서 조합은 환승체계에 따른 누적 적자 부담을 이유로 버스 1대당 재정지원 기준액을 현행 48만6098원에서 상향해 달라고 요청했다. 합의서에는 재정지원 한도액을 25만 원으로 정해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하고, 2026년도 재정지원 기준을 마련할 때 조합과 운송사업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는 "마을버스 업계의 재정적 어려움을 반영해 지원을 확대하고, 조합은 마을버스 운행횟수와 배차간격 등 운행 질 향상과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다"라며 "운행률 향상과 신규 기사 채용 등이 확인되면 보조금 증액 등 실질적 추가 지원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양측의 극적인 합의에 시민들은 안도했다. 이에 앞서 양측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조합 측은 적자 누적을 이유로 환승체계 탈퇴를 선언하며 강경 대응했다. 조합이 환승체계에서 탈퇴하면 시민들은 마을버스 이용 시 별도의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마을버스가 2004년 7월 1일 '수도권 통합환승제'에 참여한 이후 21년 만에 환승 혜택이 사라지는 셈이다.
김용승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환승 제도 시행으로 승객이 지불한 요금 전부를 마을버스 회사가 가져가지 못하고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라며 "이러한 손실액을 서울시가 100% 보전하지 않아 환승객이 많을수록 마을버스는 오히려 손해가 커지는 모순된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조합 측은 △운송원가 현실화 △환승 손실금 보전 등을 시에 요구했다.
조합은 합의 이틀 만인 4일 "마을버스 운송서비스 개선을 위한 조합과 서울시의 운행계통과 재정지원에 관한 합의문으로, 올해 재정지원기준액 및 한도액 결정에 관한 내용을 합의한 사실이 전부"라며 환승제도 탈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합 관계자는 "환승 손실금 보전과 운송원가 현실화 방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로 환승체계 탈퇴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환승 손실금은 매년 평균 1000억 원 규모로, 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누적 금액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합의문에 따른 실무자 협의회를 통해 환승 손실금과 운송원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가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상황을 조합 측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측의 합의는 지난달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마을버스조합 간 면담 이후 급물살을 탔다.
서울시 관계자는 "합의의 취지에 따라 상호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