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종섭 전 장관은 26일 오전 10시 9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줄줄이 엮으면 어떡하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말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뺀 것 아닌가'라는 기자 질문에 "다 이야기했다. 특검팀에서 다 밝혔다"고 말했다. '어떤 입장을 밝혔나'라고 묻자 "특검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이어 '장관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수사 개입이란 생각은 안 했나'라는 질의에 "질문 같은 질문을 좀 하라"고 신경질을 냈다. '박정훈 대령 항명 수사는 대통령이 지시했나'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지난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이후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및 회수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앞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 24분께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 대통령 지침이 있었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 검증을 자체적으로 했나', '인사 검증 때도 대통령 지침이 있었나' 등 취재진 질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입건됐지만 출국금지 상태이던 같은달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됐다. 법무부는 나흘 뒤엔 같은달 7일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임명 7일 만에 돌연 출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그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같은달 28일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 참석 명분으로 귀국했고, 이튿날인 29일 사임했다. 특검팀은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자 대통령실 등이 개입해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호주대사에 임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비서관은 채상병 사건 발생 당시부터 수사외압, 호주대사 임명부터 사임까지 이르는 전체 기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앞서 수사외압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으며, 이날은 호주대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또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통로로 의심되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구성원 최택용 씨를 위증교사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최 씨는 이날 오전 9시 7분께 특검팀에 출석하며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를 논의한 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조사가 길어지는 이유를 두고는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으로 제보한 사람에 의해 언론과 정치권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계속 부풀려졌다"며 "특검팀이 아마 잘 결자해지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삼부는 골프를 의미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는 "송호종, 이종호 선배에게 그렇게 들었고, 그게 맞는다"며 "지난해 공수처에 제출했는데 공수처가 수사를 안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일 최 씨와 송 씨, 이관형 씨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위증공모 및 교사)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삼부 체크는 골프 3부'라고 허위로 증언하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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