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교육부가 25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은 학생 지원 강화와 교원 업무 경감, 교원 증원 중심으로 마련됐다. 학업성취율과 출석률을 모두 충족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존 기준을 완화하고, 기초학력 전담교사와 진로상담 교사 배치로 학생 맞춤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번 개선안만으로는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날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안)을 발표했다.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점을 받는 제도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 교육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목표다. 졸업하려면 3년 동안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점 인정 기준은 출석률 3분의 2 이상, 성취율은 40% 이상이다.
◆ 학생 지원·교원 업무 경감에 중점…학점 이수 기준은 국교위에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선책은 크게 학생 지원과 교원 업무 경감 두 가지로 나뉜다. 학생 지원 방안으로는 초·중학교부터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늘려 학습격차를 막고 진로상담교사가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과목 선택을 돕는 내용이 포함됐다. 학생들이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체계적으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교원 업무를 줄이는 방안도 담겼다. 고교학점제에는 학업성취율 40% 미만의 학생들도 예방·보충 지도를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가 포함돼있다.
우선 학생이 학업 기준에 미달할 경우 교사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보충 지도 시간을 '1학점 당 5시간'에서 '3시간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외에도 출결 처리 권한을 담임뿐 아니라 과목 담당 교사에게도 부여해 업무 부담을 줄였고, 학생부 기재 분량도 줄었다. 공통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사회, 과학, 과학탐구실험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최대 기재 분량은 1·2학기 합쳐 1000자에서 500자로 조정됐다.
다양한 과목 개설 등을 위해 교원도 늘린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온라인학교 및 공동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2026학년도 교원 정원을 긴급 추가 확보해 각 시도에 배정할 것"이라며 "내달 1일 중등교원 공고에 이번 정원 추가 확보분과 시도별 상황을 반영해 전년보다 약 1600명 증가한 7100여명의 중등 교원 신규 채용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성보와 연계된 학점 이수 기준(학업성취율 및 출석률) 완화에 대해선 국가교육위원회와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국가 교육과정 개정 사안이라서다. 교육부는 학업성취율과 출석률 둘 다 충족해야 하는 방안 대신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이수 기준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다만 교육부 고교학점제 자문위원회에서 제시한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고, 학업성취율 기준은 보완 과정을 거쳐 추후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 교원단체 "최성보 폐지 의지 없어 유감"…'땜질식 처방' 비판도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운영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이번 개선안만으로는 고교학점제가 지닌 한계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미이수제(학점이수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을 관리·보완하는 제도)·최성보 폐지는 교원3단체가 공통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며 "아무리 국교위와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지만 '폐지'로의 추진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교원단체에서는 최성보 부작용으로 학생이 학업성취율에 도달하도록 수행평가 기본 점수를 높이는 '평가 왜곡', 형식적인 지도로 업무 가중 등을 지적해왔다. 조 본부장은 "적극적인 진로 탐색 차원에서 최소한 진로선택과 융합선택 과목은 절대평가 전환은 시급한데 개선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고교학점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이수제·최성보 폐지 △평가방식 절대평가로 전환 △선택과목 학생부 기재 부담 축소 등은 교원3단체(한국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교사노동조합연맹) 공통 요구사항이다.
학생들이 흥미보다는 내신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도 제기됐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결국 선택 왜곡을 가져오는 건 상대평가 방식, 나아가서는 입시제도 때문"이라며 "고교학점제는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 내신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 등이 같은 축으로 논의됐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한 대표는 "이 문제를 정직하게 건드리지 않고 나오는 대책은 '땜질식'에 불과하다"며 "결국 고교학점제 도입 목적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