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⑥] 개인정보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헌법이 정한 기본권은 우리 사회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초석이지만 그 세부적인 사항들까지 논의 불가침의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면서 개인정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다. 사진은 개인정보보호법학회 세미나 장면./개인정보보호법학회

AI(인공지능) 대전환 시대에 발맞춰 인터넷 종합 미디어 <더팩트>와 <개인정보보호법학회>가 손잡고 '인공지능 대전환시대 데이터법제의 발전'을 주제로 한 기획 칼럼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번 기획은 AI 혁신을 위한 필수 과제인 데이터의 활용과 보호 간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법제도 정비의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 맞는 개인정보보호법 재설계의 필요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어낼 예정입니다.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활용되며,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학문적 분석과 사회적 담론을 제공합니다.<편집자 주>

[더팩트 | 강태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개인정보보호법학회 부회장)] 1990년대 인터넷의 대중화와 2000년 이후의 모바일 시대가 도래한데 이어 현재는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빼고 나면 대화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그만큼이나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고 우리의 대응 자세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 내지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러서는 인공지능의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학습데이터에 대한 인식도 확실히 바뀌고 있다. 과거에도 빅데이터의 개념이 널리 알려지면서 쓸모가 없다고 여겨졌던 정크(Junk)성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롱테일의 영역에 속하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찾아낸다거나 활성화되지 못하였던 중금리 대출자에 대한 대출에 활용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데이터의 활용이 이루어져 왔다.

소위 스케일의 법칙에 따라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록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다고 알려진 인공지능의 시대에서는 이러한 학습 데이터의 활용이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게 되었다. 학습 데이터에는 누군가의 저작권이 인정되는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고 또한 누군가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저작권자의 적법한 이용허락을 받고 개인정보의 정보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기초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에만 천착하게 되면 개인정보의 이용에 대하여 보수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상 권리를 존중하여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보험회사가 마케팅 목적으로 휴대 전화번호를 활용하는 것과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하여 개인이 공개한 정보를 이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결과가 다르다면 그에 대한 취급도 달라져야 하는 법이다.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함에 있어서 정보주체의 동의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경우 이외에도 다른 여러 적법처리 근거들을 규정하고 있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이후, 좀더 길게는 그 이전의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서도 개인정보의 적법처리 근거에 대하여 대체로 유사하게 규정하여 왔다.

개인정보의 적법 처리 근거로 정보주체의 동의가 가장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고 나머지는 동의가 없는 경우는 예외의 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볼 것은 아니다.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한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는지 무관하게 개인정보의 처리가 전제된 계약을 기초로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다 보면 마치 동의가 원칙이고 나머지 적법처리 근거는 부수적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법원도 여러 사건들에서 이러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지만 이와 같은 보수적인 해석은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들도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해외의 여러 국가들 역시 개인정보를 마치 침범할 수 없는 불변의 인격권적인 요소로 보지 않으며 여러가지 사정에 따라 다양한 처리가 존재할 수 있는 요소로 유연하게 보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개인의 정체성(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수준에서 양도 불가능하고 처분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볼 것도 아니다.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두고 있고 다른 여느 나라들만큼이나 촘촘한 권리 보장 체계를 두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시책들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시의적절히 내놓고 있고 이를 집행하고 있기도 하다.

헌법이 정한 기본권은 우리 사회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초석이지만 그 세부적인 사항들까지 논의 불가침의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면서 개인정보를 마주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이다.

강태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개인정보보호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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