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해인 기자] 국내에서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이라도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했다면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8일 SK하이닉스가 이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 미국법인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은 2013년 소송을 종료하고 미국 등록 특허권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계약에 따라 미국법인에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과세관청인 이천세무서에 원천징수분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특허권 사용료가 국내에 등록되지 않아 국내원천소득이 아니라며 법인세 환급을 요구했지만, 이천세무서장은 경정청구를 거부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 영역 외에서는 침해될 수 없어 이를 사용하거나 그 사용대가를 지급한다는 것은 애초에 상정조차 할 수 없다"며 "해당 사용료는 국내 미등록 특허권에 관한 것으로 국내원천소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후 2심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0인의 다수의견으로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은 특허권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기술을 사용하는 의미라는 기준을 세웠다. 특허기술이나 정보의 사용은 등록국가가 어디인지와 관계없이 어디서는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전원합의체는 "'특허권 속지주의'는 특허기술의 국내 사용이 국외 특허권자에 대한 특허침해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 특허기술을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거나 그 특허기술에 재산적 가치가 없어 사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상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용료가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의 대상인 특허기술을 국내에서의 제조·판매 등에 사용하는 데 대한 대가라면 이는 국내원천소득에 해당한다"며 "원심 판단은 한미조세협약상 국내 미등록 특허권 사용료의 국내원천소득 해당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태악·이흥구·이숙연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는 등록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로서의 '특허권'을 의미하고, 그 보호대상에 불과한 '발명'이나 '기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며 "특허권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의 사용'은 해당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 안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는 한미조세협약에서 말하는 '특허의 사용'이 해당 특허권이 미치는 국가 영역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국내 미등록 특허권은 국내에서 사용 자체를 상정할 수 없다고 봐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한미조세협약의 '특허의 사용'이라는 용어의 통상적인 의미나 문맥상 의미, 조세조약의 정의되지 않은 용어의 해석방법 등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종전 판례의 입장과 달리 국내 미등록 특허권의 사용료소득에 대해 국내에 과세권이 있다는 점을 선언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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