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차라 못탔어요"…한강버스 첫날 시민들 '북적북적'


만석 행렬에 힐링 기대감↑…연착·접근성은 숙제로

한강버스 운항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에서 승객들이 하선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시가 도입한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가 18일 첫 항해를 시작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첫차부터 만석을 기록하며 흥행 조짐을 보였지만, 연착·혼선·접근성 등 첫날부터 적잖은 과제를 드러냈다. 서울시는 '도심 속 힐링 교통수단'을 내세웠지만, 실용성 확보를 위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차부터 '만석'…연착·혼선에 "기다리다 못 탔어요"

이날 오전 11시, 잠실 선착장에는 한강버스를 타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199석의 좌석은 탑승 시작 전 이미 만석. 아쉽게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은 현장에서 대기표를 받고 1시간 반 뒤의 배를 기다려야 했다. 잠실에서 출발한 두 번째 한강버스도 만석까지는 아니었지만, 199석 중 150여석을 채우는 등 인기였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박길남(62) 씨는 "11시 배 타러 10시 50분쯤 왔는데, 12시 3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점자(69) 씨도 "10시 40분쯤 도착했는데, 첫 차를 타지 못했다"며 "이렇게 인기있는 줄 몰랐다"고 전했다. 박 씨는 "월미도나 부산에서 배를 많이 탔는데, 서울 시내 한강에 이런 것이 있다니 기대가 된다"며 "나중에 손주들이랑 한 번 더 오고싶다"고 덧붙였다.

대기가 길어진 만큼 선착장 부대시설은 오히려 인기를 끌었다. 잠실 선착장의 경우 1층에는 CU 편의점, 2층에는 너구리라면과 BBQ 매장, 3층에는 테라로사 카페가 입점해 있는데, 모든 좌석이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일부 시민은 "배 기다리며 라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강 뷰 보면서 커피 마시니 관광 온 기분"이라며 색다른 대기 경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연착도 발생했다. 마곡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한 배는 잠실 선착장에 오후 1시 7분 도착 예정이었지만, 실제 도착은 13분 늦은 1시 20분이었다. 잠실에서 출발한 첫차 역시 마곡까지 10분가량 지연되며 정시성 확보라는 숙제를 남겼다.

환승 시스템도 혼선을 빚었다. 대중교통 환승을 위해서는 30분 이내에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하지만, 탑승 게이트는 출발 10분 전부터 열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미리 입장하고, 일부는 대합실에서 대기하면서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못 들어가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강버스 운항 첫날인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에서 승객들이 승선을 대기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3000원에 이 정도면 훌륭"…좌석·풍경·여유 '호평'

한강버스를 직접 탄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탑승객 이상학(43) 씨는 "3000원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며 "KTX 일반석 수준의 좌석 승차감이고, 좌석 수도 많아 편안하다. 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강을 아래에서 보니 도로 위에서 보던 풍경과 완전히 다르다"며 "녹색이 눈에 가득하고 윤슬이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프리랜서나 시간 여유 있는 사람에겐 괜찮지만, 일반 직장인이 2시간씩 출퇴근하기엔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강서구에서 온 30대 여성은 "평소 마곡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데, 출근 시간엔 김포공항에서 사람들이 다 타서 지하철은 항상 만석이다. 앉아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며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커피 한 잔 하면서 가서 좋을 거 같다. 빨리 출근시간대에도 운행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외국인들도 한강버스에 호감을 보였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23세 승객은 "굿굿이에요. 다 좋아요. 깨끗해요"라며 짧지만 만족스러운 소감을 남겼고, 독일인 관광객 파트마는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은 못 한강버스를 탈 수 없지만, 여유가 있었다면 꼭 타보고 싶었다. 한강의 남북을 건너갈 수 있어 도시 페리로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시민들이 잠실 선착장 2층에 있는 부대시설을 즐기며 대기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힐링 교통의 실험…환승시스템 개선 등 과제도 '뚜렷'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도심 속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중교통 모델로 설계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출퇴근보다는 스트레스 해소, 여유,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바라봐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압구정에서 탑승해 잠실에서 내린 김종애(60대) 씨는 "옛날에 유람선을 탔던 것보다 훨씬 편안했다"며 "또 선수에 나가보니 시원한 바람이 반겨줬다. 힐링에는 딱이고, 관광으로는 좋은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성북구에 사는 홍모 씨도 "시끄럽지 않고, 커피 한잔 하며 즐길 수 있어 여유롭다"고 호평했다.

다만 실용성에서는 의문을 남겼다. 여 모(28) 씨는 "노선이 적고 증차가 필요하다. 급행도 더 있어야 한다"며 "10월부터 오전 7시부터 운항하고 급행이 시작된다던데, 그때 다시 타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접근성 문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이날 현장에서 한 장애인은 "경사로가 너무 높아 직접 타기 어려웠다"며 장애인 편의 시설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강버스가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을 표방한 만큼, 교통약자를 위한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발권 시스템과 환승 체계 역시 불편 요소다. 티머니 교통카드를 바로 태그하면 환승이 되지만, 현장 발권 시 환승이 불가능하다. 이를 모르고 티켓을 구매해 버스나 지하철 환승을 못한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한강버스는 서울의 새로운 도시 교통 실험이다. "도심 속 여유를 찾았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아직은 불편하다"는 실용적 지적도 공존했다.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등 7개 선착장을 연결한다. 총 운항 구간은 28.9㎞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7분(도착지 기준)까지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14회 운행한다.

추석 연휴 이후에는 출퇴근 시간 운영이 가능하며, 하루 30회 운항으로 늘린다. 내달 말 이후 선박 4척이 추가 인도되면 연내 총 12척, 하루 48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요금은 편도 성인 3000원이며, 대중교통 환승할인이 적용된다. 기후동행카드 이용 시 5000원을 추가해 무제한 탑승할 수 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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