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청탁 의혹' 한학자 총재 자진 출석…"나중에 얘기하자"


17일 오전 10시 특검 출석…세 차례 불응 후 첫 조사
취재진 질문엔 즉답 회피…"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을 받는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7일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자진 출석했다. 한 총재의 세 차례 출석 불응 후 이뤄지는 첫 조사다.

한 총재는 이날 오전 9시46분께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총재는 빗어 올린 머리에 노란색 외투를 입고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며 조사를 받으러 나왔다.

한 총재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 원 전달한 것이 맞는지', '김 여사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는지', '특검팀과 일정 조율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사 일정을 정했는지' 등을 묻자 즉답을 피했다.

이 밖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현안 청탁을 했는지', '권 의원 돕기 위해 교인들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침묵을 지켰다.

한 총재는 일방적인 조사 일정 조율과 관련해 재차 묻자 "내가 수술받고 아파서 그랬다. 그만. 나중에 다 만나서 얘기하자"며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8일과 11일, 15일 세 차례에 걸쳐 한 총재 측에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 총재는 건강상의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가 자진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석 거부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통일교는 이날 한 총재 출석 직후 입장문을 내고 "여러 질환과 연관 증상, 기능 저하 등이 발생해 충분한 회복과 질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이 있다"면서 "그러나 한 총재는 법적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법과 절차를 존중하기에 이번 사안에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한 총재는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해 이튿날 오전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한 총재 측의 자진 출석 의사와는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애초 체포영장 청구를 고려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자진 출석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한 총재를 상대로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경위와 통일교 현안 청탁, 불법 해외 원정도박 의혹 등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 2022년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현안 청탁을 대가로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한 총재가 개입했다고 보고있다.

한 총재가 같은 해 2~3월 권 의원을 만나 큰 절을 받고 현금이 든 쇼핑백을 건넨 뒤 권 의원에게서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측이 지난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신도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당원 가입을 추진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지원 대상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으로 바꿨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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