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이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을 받는 서울남부지검 압수계 소속 수사관 2명의 국회 위증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김정민·남경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을 입건했다.
경찰은 김 씨와 남 씨가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사전에 증언을 조율하고, 국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현금 1억6500만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5000만원에 부착된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분실했다. 관봉권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공급하는 밀봉된 화폐를 말한다. 띠지와 스티커에는 지폐 검수 날짜와 담당자 코드, 처리 부서, 기계 식별 번호 등이 표시돼있어 자금 경로를 추적하는 데 쓰인다.
대검찰청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지시로 전담 조사팀을 꾸려 감찰에 착수했다. 이후 정식 수사로 전환, 김 씨와 남 씨를 입건하고 자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지난 5일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를 열고 검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청문회에는 이희동 전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박건욱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압수계 소속이던 김 씨, 남 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와 남 씨는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를 묻는 질의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원형보존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두 사람은 청문회 일주일 전 남 씨 자택에서 예상 질의에 대한 답변을 사전 조율하고 모범답안을 함께 작성한 사실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위증 공모 논란이 일었다.
모범답안에는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음, 고의없음, 지시부재, 별도의 지시 없으면 띠지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없음'이라는 내용과 함께 '남들 다 폐기해 ㅂㅅ들아'라는 자필 메모가 적혀 있었다.
박 검사는 청문회에서 "원형 보존 지시를 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 검사도 "보고서에 의하면 수사팀에서는 띠지를 훼손하지 말라는 취지로 전달했고, 압수물 담당 보관자에 의해 띠지가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와 남 씨를 고발한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변호사는 "두 수사관의 행위는 단순히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에 그치지 않는다"며 "사법기관의 수사관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기만하고 검찰 조직 내부의 심각한 증거 훼손 및 직무유기 의혹을 은폐하려는 조직적인 시도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는 증인이나 감정인이 선서 후 허위 진술이나 허위 감정을 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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