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종로 집 한 채 값이면 강남에 집 세 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을 통해 주택 환경을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겠다."
서울 종로는 정치·문화·역사의 중심지이자,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통한다. 하지만 '서울의 중심'이라는 인식과 달리 인구 감소로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역 상권이 침체되는 등 각종 규제로 주거환경이 낙후됐다는 평가도 따라 다닌다.
3년 전 지방선거에서 12년 만에 국민의힘 간판으로 종로에서 당선된 정문헌 구청장은 재개발·재건축과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구기·평창동, 경복궁 주변의 고도 제한 완화와 자연경관지구 건축규제 완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구기·평창동은 최대 45m, 서촌 일부 지역은 24m까지 높이 제한이 완화됐으며, 건폐율과 층수 규제도 조정됐다.
정문헌 구청장은 "40년 된 건물이 69% 정도로, 주민들의 주거 환경이 좋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택 모습이 바뀌기 시작하면 인구 감소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해서는 문화·교육 인프라 구축과 주거환경 개선 등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종로의 변화를 이끄는 구상 중 또다른 축은 광화문광장 일대 '광화문스퀘어' 프로젝트다. 2033년까지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 22만㎡에 9개 건물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미디어아트·공연·광고를 결합한 글로벌 명소로 개발한다. 정 구청장은 "광화문광장을 세계인이 즐기는 새로운 미디어 갤러리로 재탄생시키겠다"라며 "뉴욕 타임스퀘어와 같은 글로벌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구청장은 초·중·고교를 모두 종로에서 나온 토박이다. 미국 유학과 정치학 박사학위를 거친 뒤 17·19대 국회의원과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역임했다. 정 구청장은 경회루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시절부터 이어진 종로와의 인연 탓인지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정 구청장은 "내년에는 반드시 종로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선 8기 임기 절반을 넘어섰는데, 가장 보람된 성과가 있다면.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다. 2004년부터 국회의원 선거에 나왔으니 여러 공약을 하지 않았겠나. 내가 보기에 제일 잘한 정책이다. 종로는 65세 이상 인구가 21%를 넘는다.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외로움, 사회적 고립 같은 정서적 문제도 있다. 무계원에서 열린 종로 굿라이프 챌린지 참가자들의 평균연령은 78세, 최고령은 90세였다. 다들 설레하고 행복해하셨다. 내달에도 만남의 자리를 또 한 번 더 마련할 예정인데, 구청 주관 미팅인 만큼 가족관계등록부 등 검증 절차를 거치려 한다.
-종로의 문제 중 하나가 인구 감소와 젊은 층 부재다.
종로의 인구가 줄고 젊은 층이 떠나는 문제는 오래된 주택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지어진 빌라, 연립주택 등이 대부분으로, 현재 상태로는 젊은 세대가 들어와 살기 어렵다. 실제로 종로 건축물의 69%가 노후화된 상황에서 주거환경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구는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생을 통해 주택 환경을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신영동·옥인동은 뉴빌리지 선도사업, 구기동은 모아타운 사업으로 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며, 창신·숭인동은 약 6500세대 규모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강북의 대표 주거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창신동 남측 상업지구는 고밀 복합개발을 통해 주거 개선과 함께 지역경제 활력까지 도모하고자 한다.
-규제 완화와 주거환경 개선에서 중점을 둔 대목은.
종로는 역사·문화 자산이 풍부한 만큼 고도제한과 용도지구 규제로 주거환경 개선과 재산권 보호에 큰 제약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와 지속 협의한 결과, 구기·평창동과 경복궁 주변의 고도 제한 완화, 자연경관지구 건축규제 완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구기·평창은 최대 45m, 서촌 일부 지역은 24m까지 높이 제한이 완화됐고, 건폐율과 층수 규제 역시 완화돼 주민 숙원을 풀 수 있게 됐다. 경복궁 인근 등 일부 지역은 더 완화하고 싶지만 청와대 영향으로 제한적이어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지난 1일부터 8만 명을 대상으로 '버스 교통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종로 서부 지역은 지하철 노선이 부족해 주민들이 버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존 기후동행카드나 K패스 역시 특정 연령층에 맞춰져 있어 모든 세대를 포괄하기 어렵다. 어르신과 청년은 연간 최대 24만 원, 청소년은 16만 원, 어린이는 8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별도의 카드 발급이나 사용 조건도 없다. 지난 3일 기준으로 6000여 명이 신청했고, 앞으로는 40~64세 중년층까지 확대해 전 세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를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같이 조성한다던데.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넘어서는 초대형 미디어 허브로 조성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 앞 놀이마당에서 공개된 광화문스퀘어는 2033년까지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 22만㎡에 걸쳐 KT 웨스트, 교보생명, 동아일보 등 9개 건물에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미디어아트·광고·공연을 결합한 글로벌 명소로 개발한다.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갤러리로 광화문광장을 재탄생시키겠다.
-광화문 자유표시구역 운영으로 가장 기대하는 변화나 효과는 무엇인가.
광화문 자유표시구역 운영으로 광화문광장이 '빛의 광장'이자,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 스퀘어로 도약할 것이다. 대형 전광판을 활용해 단순 광고가 아닌 공익·문화 콘텐츠를 송출하고, 민관합동협의회를 통한 공공기여금 조성으로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말 카운트다운 퍼포먼스, 청년 예술인 참여, '미디어 아트 스트리트' 조성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같은 글로벌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빌보드를 활용해 라이브 방송, 축구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도 있다. 붉은 악마 이벤트나 월드컵 관련 방송도 가능해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공영주차장 확충으로 종로구의 주차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나.
종로는 구도심 특성상 주차난이 오랜 과제로 지적돼 왔다. 구는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 총 458면의 주차 공간을 확충했다. 삼청제1공영주차장(178면)에 이어 올해 10월에는 옥인동(90면), 창신소담(176면) 주차장이 문을 열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신영동 공영주차장(14면)이 준공된다. 옥인동과 창신소담은 생활체육·문화공간을 함께 갖춘 복합시설로 조성돼 주민 편의 증진에 기여할 전망이다.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의 명칭을 '숭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창신·숭인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과 가치를 재확립하기 위해서다. 현 명칭은 중국 장수 관우를 모신 사당에서 유래해 지역과 직접적 연관성이 부족하다. 반면 '숭인'은 조선시대 한성부 '숭신방'과 '인창방'에서 비롯된 전통 있는 지명이다. 창신·숭인동을 노후 지역이 아닌 서울의 역사적 공간으로 부각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나.
해야할 것 같다(웃음). 여러 구 사업도 있지만, 내년 선거에서는 반드시 종로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종로는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고 선거 때마다 표심의 유동성이 커 대한민국 정치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렇기에 지금 추진 중인 정책과 사업들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야 종로의 변화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다. 구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신뢰를 바탕으로 종로를 반드시 대한민국의 중심, 세계 속의 종로로 만들겠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프로필
△1966년생(서울 종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정치학과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책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17·19대 국회의원(속초시고성군양양군)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 ▲국민의힘 종로구 당협위원장 △민선8기 종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