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청장님, 남산초등학교에서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까지도 노선 만들어주세요."
지난 12일 오후 2시 10분, 25인승 중구 순환버스 '내편중구버스'는 보조석까지 빼곡히 채워졌다. 한 정류소에서 주민이 내려 빈자리가 나더라도, 곧 다른 주민이 올라 타 자리를 메웠다. 한 여성 주민은 이날 특별히 버스안내원으로 나선 김길성 중구청장에게 "이 버스가 꼭 필요했다"라며 새 버스 노선안도 함께 제안하자, 김 구청장은 "필요한 노선을 꼭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내편중구버스는 내년 1월 정식 운영을 앞두고, 올해 말까지 시범 운행한다. 총 9개 노선으로 운영되며, 중구의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구에 따르면, 지난주 버스 이용객은 8000여 명에 달했으며, 이번 시범 운영에는 총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운행 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노선별로 1대씩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7호 노선은 1시간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정류소는 지주형 표지판과 바닥 스티커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는 남산자락숲길을 애용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무학봉근린공원, 대현산배수지 모노레일, 응봉근린공원 입구, 버티고개 생태육교 등 '남산자락숲길' 주요 입구도 노선에 포함시켰다.
내편중구버스는 다른 자치구 공공버스와 달리, 좁은 골목과 높은 지대 사이를 누비며 주민들에게 새로운 이동 편의를 제공한다. 남산타운아파트, 다산성곽길, 청구동마을마당, 버티고개 등 고지대에 거주하는 교통약자를 세심히 고려한 설계다.
김 구청장은 "내편중구버스의 주요 이용층은 노인과 교통약자"라며 "교통약자들에게 기존 교통편으로 갈 수 없는 지역에도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버스를 이용한 주민 대부분은 60대 이상 노년층이었다. 버스에서 만난 중구 주민 박지영(68) 씨는 "충무로역에서 미주아파트까지 차로는 3분 거리지만 우리 같은 60, 70대가 걸으면 15~20분이나 걸린다"라며 "오르막길인데다 교통편도 없어 불편했는데, 구에서 버스편을 마련해줘서 정말 편하고 좋다"고 밝혔다.
버스는 마치 동네 사랑방 같았다. 주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자 아기를 안고 탄 엄마가 버스에 오르자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환호도 터져 나왔다. 김하늘(56) 씨는 "타면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라 편하게 안부를 나누고 사소한 일상도 공유한다"며 "주민들과 동네 구석구석을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내편중구버스는 △충무스포츠센터 △회현체육센터 △손기정체육센터 △중구청소년센터 등에서 개별적으로 운행되던 셔틀을 공공형 버스로 통합해, 운영 효율성을 높였다.
다만 기존 센터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증차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배차 간격이 한 시간에 한 대로 제한돼 이용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충무스포츠센터 회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 주민은 "센터에 갈 때마다 타던 버스인데,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프로그램 시작 시간에 맞추기 어려워졌다"며 "증차해 불편함이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는 오는 12월 전에 노선 개발 연구 용역을 진행해 최적화된 노선망을 구축하고, 이용자 수를 분석해 내년 1월 정식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4~5대 정도는 증차를 하고, 1시간 배차 간격도 30분으로 단축할 계획"이라며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주민 불편사항을 수집하고 내년 1월부터는 필요하면 증차를 통해 최적의 노선과 운행 시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