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원생이 급감해 운영난을 겪는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이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는 퇴로가 열린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폐원 시 특례와 지원 근거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어린이집이 겪던 경영 어려움이 해소되고 효율적인 보육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은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이 영유아 수 감소로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다른 사회복지사업으로 목적사업을 변경하거나 추가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발의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일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안 등 교육부 소관 11개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보육시설 확충이 절실했던 1990년대 국가를 대신해 공보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전체하는 플랫폼인 보육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89.9%가 1991~2010년 사이 설립돼 인가를 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 어린이집들은 저출생과 지방소멸 문제로 휴·폐업 위기에 직면해있다. 한국사회복지법인어린이집연합회는 전국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을 평균 39%로 집계한다. 원생이 절반도 안 되지만 폐원은 쉽지 않다. 폐원하면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잔여재산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귀속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이 아동별 지원으로 전환되면서 인건비 지원이 줄어든 데다 문 닫기도 쉽지 않아 적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폐원이 쉽지 않은 상황은 보건복지부 보육통계에도 드러난다. 사단복지법인 어린이집 보육인원 감소율은 전체 어린이집 보육인원 감소율보다 높지만 어린이집 수 감소율은 낮다는 점에서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만5352곳이던 전체 어린이집 수는 2024년 2만7387곳으로 22.5% 감소했지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1316곳에서 1171곳으로 11% 감소율을 보였다. 전체 어린이집 보육인원 수는 2020년 124만4396명에서 94만1303명으로 24.4% 감소했지만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2020년 7만8322명에서 5만377명으로 35.7% 감소했다. 사단복지법인 어린이집 대부분이 농어촌이나 중소도시 등에 있어 인구소멸에 처해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육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1177곳(2024년 9월 기준) 중 644곳(54.7%)이 농어촌에, 233곳(19.8%)이 중소도시에, 300곳(25.5%)이 대도시에 위치한다.
특례는 청산 후 잔여재산은 잔여재산처분계획서에 정한 자에게 귀속시키거나 유사 목적 법인의 설립 재산으로 출연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아 다른 사회복지사업으로 목적사업을 변경하거나 추가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서·벽지·농어촌 지역과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상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어린이집에 운영 경비와 보육사업 비용 등을 추가로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법안이 시행되면 적자 운영에 시달리던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폐원 흐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형배 은암어린이집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유보통합에 따른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정책토론회에서 "유보통합으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을 대신할 병설유치원 등 교육기관이 존재하고 정부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정책으로 공공성과 경쟁력을 갖춘 시설들이 신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30년 넘는 세월 사회복지시설로서 공공성과 영유아 공보육의 사명을 수행해 온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이 명예롭게 역사속에 기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인 은암어린이집 정원은 70명이지만 현원은 25명에 불과하다. 전 원장은 "보육취약지역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퇴로를 열면 근처 병설유치원이나 국공립어린이집과의 통폐합이 원활해진다"며 "영유아보육을 위한 인력·운영비 절감 등 예산 절감 효과와 또래집단을 통한 교육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