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회의엔 "언제 오냐", 비상계엄 해제는 "기다려 보자"


한덕수, 송미령 장관에 재촉 전화
강의구와 사후 문건 작성 논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것을 확인하고도 계엄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확인하고도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한 정황이 드러났다.

1일 한 전 총리의 공소장에 따르면,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 2분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된 사실을 알고도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했다고 봤다.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한 총리에게 "해제 국무회의를 소집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과 통화를 한번 해 봐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통리밖에 없다"고 건의했다. 한 전 총리는 방 실장에게 "조금 한 번 더 기다려보자"며 지연했고, 1시간 후인 새벽 2시가 돼서야 계엄해제 국무회의가 소집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행위를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장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야 하고, 지금 있는 국무위원만으로는 부족해 더 불러 정족수를 맞춰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파악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강의구 당시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 등을 통해 오후 9시 15분부터 53분까지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연락해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신속히 오도록 지시했다.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송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재촉한 정황도 적혀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설명 없이 송 전 장관에게 통화로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라고 반복했다.

한 전 총리는 계엄당일 국무회의 이후 오후 10시 27분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따로 불러 오후 10시 49분쯤부터 16분간 계엄 관련 여러 문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남용희 기자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당일 국무회의 이후 오후 10시 27분쯤 이상민 전 장관을 따로 불러 오후 10시 49분쯤부터 16분간 계엄 관련 여러 문건을 보고 논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정장 안주머니에 넣었던 계엄 관련 문건 3장을 꺼내 한 전 총리에게 읽어줬다. 이 전 장관은 그중 한 장을 한 전 총리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문건 1장을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내용을 짚어가며 협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이를 두고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인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이 전 장관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수령한 비상계엄 계획 및 그에 따른 지시를 수용하고 이행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는 계엄 이후 한 전 총리가 강의구 전 부속실장과 사후 문건 작성을 모의한 정황도 담겼다. 강 전 실장은 김주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에게 12월 5일 오후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데, 문서가 있냐'는 말을 듣고 한 전 총리에게 계엄 선포문을 전달받았다.

이후 강 실장은 12월 6일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담긴 사후 비상계엄 선포 문건을 제작해 한 전 총리에게 "계엄 선포문에 부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한 총리는 사후 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했다.

한 총리 서명이 들어간 사후 문건은 이후 김 전 장관, 윤 전 대통령 순으로 서명이 이뤄졌다. 사후 계엄 문건은 이후 강 전 실장 사무실에 보관됐다.

한 전 총리는 12월 8일 김 전 장관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긴급 체포되는 등 내란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자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하면서 사후 계엄 문건의 파기를 요청했다. 강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사후 계엄문건을 문서 세단기에 넣어 파쇄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한 전 총리를 내란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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