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기소 했다.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국무위원 정족수를 점검하고 거부하는 국무위원에게 계엄선포문 서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내란 방조 행위를 한 정황도 제시됐다.
특검팀이 확보한 CCTV 화면에는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 당시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며 국무회의에 필요한 국무위원 정족수를 손가락으로 세며 점검하는 모습이 담겼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한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적용 혐의는 내란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이다.
박 특검보는 "피고인은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던 최고 헌법기관"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 질서를 유린할 것으로 알면서도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 행위를 하며 동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피고인의 행위는 공직 이력에 비춰 12·3 비상계엄도 기존 친위 쿠데타와 같이 성공할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라며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자 행위를 은폐하고자 허위로 작성한 공문서를 폐기하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위증했다. 다시는 역사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당일 국무회의 소집과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손가락으로 남은 국무위원 수를 세며 대화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방조했다는 방증으로 제시한 것이다.
박 특검보는 "(CCTV를 보면 손가락으로) 네 명 남았다, 한 명 남았다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의결 국무회의 후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정황도 포착했다. 서명을 반대하는 국무위원에게는 한 전 총리가 '참석했다는 의미이니 서명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도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
다른 국무위원들이 서명을 반대하고 나가자 한 전 총리가 문서를 수거하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문건을 수거한 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16분 가량 문건을 놓고 논의하는 상황도 CCTV에 포착됐다.
박 특검보는 "(앞선 한 전 총리의)영장 기각 사유에서 밝혔다시피 중요 사실관계에 다툼이 없다고 한 이상 더 이상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불구속 기소 이유를 밝혔다.
박 특검보는 이어 "공소를 제기한 혐의 이외에 한 전 총리가 고발된 다른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일 당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국가·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 국가기관'으로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지 않고 가담·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비상계엄 후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폐기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지난 2월 20일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19일과 22일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을 직접 받았다"면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혐의에 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진행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추어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