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앱에 셀프 감금까지…진화하는 보이스피싱, 피해액 2배 급증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액 5867억원
1건당 평균 7554만원 '고액화'
"전 세대 위협"…경찰, 예방 활동 강화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총 1만4707건, 피해액은 776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1만1734건, 피해액 3909억원에 비해 발생 건수는 25.3%, 피해액은 98.7% 급증했다. /국수본 제공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범죄에 연루돼 자금 조사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보안검사를 위해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세요. 약식 조사를 위해 혼자만의 격리된 공간도 필요하니 근처 모텔로 가서 대기하세요."

검사나 경찰,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이라고 속이는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숙박업소에 머물게 하거나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하는 등 범죄 수법도 진화하면서 경찰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홍보 캠페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총 1만4707건, 피해액은 776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총 1만1734건, 피해액 3909억원에 비해 발생 건수는 25.3%, 피해액은 98.7% 급증했다.

이중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5867억원으로 집계됐다. 건당 피해액은 7554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액화되고 있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절반 이상(52%)은 30대 이하 청년층이며, 50대 이상 중장년층도 4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신청한 카드 배송을 왔는데 본인이 신청하지 않았다면 명의도용으로 고객센터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속이는 수법 △법원 등기우편 반송으로 등기조회 사이트에 인적사항을 입력해야 한다고 전화하는 수법 △행정공무원을 사칭해 누군가 본인 명의 신분증을 제시하며 서류 발급을 요청했다고 연락하는 수법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숙박업소에 홀로 고립시키는 이른바 '셀프 감금'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숙박업소에 홀로 고립시키는 이른바 셀프 감금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국수본은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영상을 TV 공익광고나 영화관, 서울 지하철 주요 역사 등에 한 달간 송출하는 등 홍보 캠페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수본 제공

국수본은 "접근방법은 달라도 결국 검사나 금융감독원을 연결하며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여 자금 조사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정부기관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매우 치밀하게 짜인 각본과 악성 앱 등 첨단 기술이 결합한 범죄로 진화했다"며 "악성 앱은 설치 순간 통화 가로채기, 휴대전화 내 정보 탈취, 백신 앱 삭제, 카메라·위치정보·마이크 기능 탈취 등을 통해 피해자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에 국수본은 보이스피싱 예방 영상을 TV 공익광고나 영화관, 서울 지하철 주요 역사 등에 한 달간 송출하는 등 홍보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홍보 포스터 5만부를 제작해 숙박업소에 배포한 결과 예방 효과가 있었다는 게 국수본 설명이다.

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숙박업소에 머물던 중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홍보 포스터를 보고 스스로 보이스피싱에 당하고 있음을 인지해 1억원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박성주 국수본부장은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과 같은 범죄"라며 "금융통신권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범죄 척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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