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보건복지부가 70여개 복지제도 대상자 선정과 수급액 기준선인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 회의 내용 공개를 검토한다. 시민사회가 오래동안 투명성 강화를 요구한 데 따른 조치로 투명성이 과거보다 높아진다. 다만 위원 이름을 익명으로 하고 주요 발언 요지를 정리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시민사회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회의인만큼 실명을 기반으로 속기록 공개와 방청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열리는 제76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부터 주요 발언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 다음 제77차 회의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위원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회의인데도 그간 비공개해왔던 것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현재 복지부는 중생보위 회의를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으며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급자 당사자가 의견을 개진할 통로도 없다. 회의에서 결정된 기준중위소득 인상률 결과만 다음 회차 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중생보위 위원은 모두 16명으로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다. 기재부 차관 등 정부 측 인사 6명, 교수 등 위촉직 위원 10명으로 구성돼있다.
이에 기초생활수급자들과 시민단체들은 국민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중생보위 회의가 밀실에서 이뤄져 국민 알권리가 침해받는다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기준중위소득은 74개 복지제도 선정기준에 사용되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액 등을 결정한다. 총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해 정중앙에 있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인데 복지부는 중생보위 심의를 통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른 최근 3년간 중위소득 평균 기본증가율을 임의 조정해 ‘기준중위소득’을 정한다.
기준중위소득이 높아질수록 복지서비스를 받는 빈곤층 국민들이 늘고 수급액도 늘어난다. 생계급여 수급자 경우 기준중위소득 32%를 상한으로 생계급여를 받는다. 올해 기준 1인 가구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76만5000원이다.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자격 여부와 수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급자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급자들은 기준중위소득과 실제 소득 중위값 사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결정이 나온 과정에 대한 국민 알권리를 요구하며 중생보위 속기록 공개와 방청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년 기준 1인가구 기준중위소득은 222만원이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중위값은 276만원, 소득분배지표에 따른 중위값은 320만원이었다.
복지부가 중생보위 회의 내용을 일부 공개하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위원 실명을 밝히지 않고 전체 내용이 아닌 가공된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여전히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복지부가 과거보다 투명성 강화 의지를 보였지만 알권리가 여전히 제한된다. 중생보위 회의는 수급자 국민들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속기록 제작과 공개, 방청 보장과 생중계, 사전 안건 공개를 해야 한다"며 "중생보위 위원들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책임감이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익명이 아닌 실명과 발언을 그대로 공개해 평가를 받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운영 규정 개정을 통해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복지부의 중생보위 회의 내용 공개 검토를 환영하나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가 관건"이라며 "또한 기재부 측 위원들이 재정을 거론하며 기준중위소득 증가율을 낮춰왔다. 실명 공개가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결정을 하는 자리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도록 위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복지부는 중생보위 회의 비공개 방식을 둘러싼 오해를 줄이기 위해 주요 발언 요지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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