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한 회사 대표가 이사회 승인을 받지않고 동종업계 다른 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지배주주가 됐더라도 두 회사가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면 겸직·겸영금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표이사의 불법행위로 회사에 이익이 생겼더라도 대표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에서 상계할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휴대용 부탄가스를 만드는 A회사 일부 주주들이 대표이사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B 씨는 A사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동종업계 C회사의 대표이사와 지배주주를 겸했다. A사 이사회 승인은 받지 않았다.
문제는 A사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되면서 불거졌다. 2007년 8~9월부터 2012년 2월께까지 9차례에 걸쳐 동종업계 회사의 대표이사들과 휴대용 부탄가스 가격을 인상·인하했는데 공정위는 가격담합 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59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법원에서는 1억5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에 소 제기 6개월 전부터 A 회사 발행주식 중 1만 분의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일부 주주들은 B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공동소송을 냈다.
이들은 B 씨가 동종 영업을 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지배주주가 됐는데도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아 경업·겸직 의무를 위반했다는 등 소송 청구 사유를 밝혔다.
1,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A사와 C사는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자로 영업부문을 달리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을 뿐 상호 경쟁자로 보기 어렵다며 경업·겸직 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또 B 씨가 회사 경영수지 악화를 막기위해 담합행위를 했고 개인 이익도 분명하지 않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B 씨는 담합 행위로 회사에 발생한 이익은 손해배상액에서 빼는 '손익상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법행위에 따른 이익을 손익상계한다면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 범죄를 조장하고 손해배상 제도의 근본적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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