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의료사고 사법리스크가 과도하다는 의료계 요구를 수용해 형사 처벌 감면 등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가 의료사고 사법 처분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보고서를 지난 5월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검토 작업을 마친 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사 기소 건수와 관계없이 의료사고 시 의사 처벌을 감면하는 것은 특혜라는 반대 의견 자체도 많다.
9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부가 위탁한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보고서를 완료해 지난 5월말 복지부에 전달했다.
복지부는 의료사고 안전망 제도와 입법 개선의 주요 근거자료가 될 해당 보고서를 확보하고도 한 달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다.
윤석열 전 정부가 만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문제가 과도하다는 의사들 의견을 수용해 지난 3월 중대하지 않은 과실에 대한 의료인 기소 자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2차 방안은 의료계, 수요자,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필수의료 및 의료사고 시 중대 과실 여부 등을 심의한다. 심의 기간 의료인 소환조사를 자제하고, 심의 결과 중대하지 않은 과실은 사법기관에 기소 자제를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환자와 의료진 간 조정 또는 합의 경우 형사소추를 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적용도 확대한다. 현재 경상해에만 적용하는 반의사불벌 범위를 중상해까지 넓히고 사망사고는 필수의료에 한정해 적용하는 안을 검토한다.
또한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에 한해 단순 과실로 사망한 사고는 사고 당시 긴급성과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형 면제나 감경 등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의료계가 예전부터 요구한 것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완화해야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의사들이 의료사고 사법리스크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간한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2013∼2018년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라며 기소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의협 연구보고서가 사실에 부합한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과 환자단체 사이에서 제기돼왔다. 이에 복지부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고소·고발 건소, 검사 기소 건수, 법원 형사재판 결과 등 현황을 조사하는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 연구용역을 위탁했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중간 보고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의료사고로 의사가 기소돼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은 연평균 34건이었다. 약식기소를 합쳐도 연간 기소 건수는 50건 미만으로 추정돼 의협 보고서와 차이가 컸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가 필수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면을 추진하기 전에 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사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국정과제기획위원회가 국정 과제를 논의중인 상황에서 신속히 해당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오탈자와 문맥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마친 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기소 건수와 관계없이 의료사고 시 의사 처벌을 감면하는 것은 특혜라는 반발도 거세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국장은 "의료사고로 기소되는 건수와 상관없이 다른 직역과 다르게 의사들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형사 처벌을 줄여주는 것은 특혜다. 이는 20여년 전부터 의료계의 숙원사업으로 필수의료 강화와 관계없다"며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책임감과 주의를 다해야 하는데도 의사들에 의료사고 처벌을 감면하면 환자들의 의료사고 우려는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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