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3일부터 오는 12월28일까지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통령실 앞 179일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독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첫 번째 릴레이 1인 시위에는 고재승(43) 씨가 나섰다. 제주항공 참사로 여행을 갔던 부모님을 잃은 고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400m 정도 떨어진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 '우리는 알고 싶다. 왜 179명이 돌아오지 못했는지', '사고조사위원회는 독립하라. 셀프조사 오명탈피',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한 대한민국'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지며 체감온도 30도가 넘는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고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시위 현장을 쳐다보며 "응원합니다", "수고하세요", "파이팅" 등을 외쳤다.
고 씨는 "사조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독립된 기관으로 참사를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사고 관련 책임 기관인 국토부 산하에 사조위가 있어 조사나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셀프 조사라는 말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대부분 국가들의 사고 조사 기구는 동일한 이유로 독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항은 유족들에게 끔찍한 장소라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 아직 공항에 거주하는 분들도 있고, 몸이 다른 곳에 있어도 마음은 늘 공항에 있다"며 "유족들이 집으로 돌아가려면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한 명은 시작해야 다음에 또 따라 올 수 있고, 서울에 살고 있어 첫 시위자로 나서게 됐다"며 "앞으로 장마도 있지만 날씨 관계없이 무조건 179일을 채우려고 한다. 혹시 몰라 비옷도 챙겨 왔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오는 16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에 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제주항공 참사를 비롯한 이태원, 세월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등 대형 참사 유족들은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고 씨는 "이 대통령에게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내용을 말할 것 같다"며 "너무 많다보니 어떤 것을 단순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근거에 의해 어떤 게 필요하다는 식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LLZ) 콘크리트 둔덕에 정면 충돌,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6명, 승객 175명 등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유족들은 지난달 21일 유가족협의회를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그간 국토부와 김포국제공항 앞 등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등을 진행해왔다. 서울로 상경해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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