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세금계산서' 의혹에 6억 과세…법원 "추계조사 없어 위법"

매입 비용을 무시한 채 매출에 법인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매입 비용을 무시한 채 매출에 법인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통신기기 판매업체 A사가 관악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중고 휴대전화를 매입해 국내외에 판매하는 업체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1년 9월 29일부터 2022년 5월 30일까지 A사의 2020 사업연도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A사가 2020년 하반기 동안 24개 매입처에서 실물 거래 없이 공급가액 21억9000여만 원의 매입 세금계산서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악세무서는 A 사가 실제로 물건을 사지 않고도 물건을 산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받아 그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한 것이 부당하다며 법인세 6억5000만 원을 경정·고지했다.

A사는 "세무 당국이 매출은 정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응하는 중고 휴대전화 매입비용은 가공 거래로 판단해 전액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세무당국이 휴대전화 매입 비용 전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실제 매입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조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추계조사 등에 따른 근거 없이 매입 세금계산서 전액을 허위 매입 비용으로 볼 수 없고, 이를 모두 매출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법인세법상 장부나 증빙이 없더라도 추계조사를 통해 소득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법인세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장부나 그 밖의 증명서류에 따라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 추계과세 등 대체적인 방법으로 이를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세당국이 제시한 '장부나 증빙이 허위일 경우 필요 경비를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 판례를 놓고는 "이 사건은 실제로 비용이 지출된 것이 명백한 사안으로, 비용 지출 여부가 불분명했던 종전 판례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휴대전화 식별번호(IMEI)를 근거로 매출과 매입이 1:1 대응하는 구조임을 들어 "매출액을 인정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매입원가 역시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도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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