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중증장애인 지원주택 이주, 자기결정권 침해 아냐"


법원 "퇴소 장애인, 이주 의사 표시 정황"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증장애인을 지원주택으로 이주시킨 사회복지법인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명시한 권고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증장애인을 지원주택으로 이주시킨 사회복지법인이 장애인의 거주이전 자유를 침해했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한 권고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A 사회복지법인이 인권위를 상대로 제기한 권고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법인은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따라 운영 중이던 장애인 거주시설을 차례대로 폐쇄해왔고, 2021년 3월 해당 시설에 머물던 중증장애인 B씨를 포함한 13명을 지원주택으로 이주시키며 최종 폐쇄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A 법인에 "B씨가 자신의 거주지나 동거인을 선택할 능력이 없는데도 퇴소 의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퇴소시킨 것은 자기결정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A 법인은 이같은 권고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퇴소하는 과정에서 B 씨의 의사가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약간의 음성언어와 이에 결부한 대체적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비교적 분명히 표현하는 사람"이라며 "지원주택 입주에 앞서 퇴소 설명회에 참석하고, 주택을 둘러본 뒤 '나가서 사는 것에는 동의하심'이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의사를 표시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 씨와 수년간 함께 생활한 복지사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B씨가 퇴소 당시 자신의 진정한 의사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퇴소 이후 제공된 복지서비스가 이전 시설에 비해 나쁘지 않다고도 봤다. 오히려 B씨의 의사소통능력과 활동능력이 향상됐다는 후견인 등의 평가도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인권위가 지적한 '민관협의체 심의 절차 미이행'에 대해서도 "해당 지침은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범이 아니고, B씨보다 의사능력이 부족한 다른 거주인에 대해선 실제로 심의를 거친 점을 볼 때 의도적인 누락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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