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 조기 대선으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는 유례없는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이번 선거는 계엄에 따른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만큼 사회 변혁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더팩트>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새 정부에 바라는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더팩트ㅣ강주영 기자] 기후위기가 인류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탄소중립기본법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대응 방안이 없어 '수박 겉핥기'란 지적을 받는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 ‘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제성을 부여하고 전담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9일 한국환경보전원의 탄소중립 정책포털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명 '탄소중립기본법'은 지난 2021년 9월24일 제정, 공포됐다. 이듬해 3월25일 시행된 이 법을 바탕으로 정부는 탄소중립과 녹생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최상위 법정계획, 일명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3년 4월 내놓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7억2760만톤CO2e) 대비 40%를 감축한 4억3660만톤까지 줄인단 계획이다.
문제는 2031년 이후의 중장기 감축목표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은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중장기감축목표)로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청소년 등 다음 세대가 살아야 할 적절한 환경조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29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하고, 2026년 2월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과소보호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해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국회는 지난달 10일 법 개정을 위해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기후특위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초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종합 검토,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이행 목표의 강제성을 탄소중립기본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환경부장관이 탄소중립 중장기 목표 계획을 각 행정기관을 통해 제출받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연도별 감축목표의 이행 현황을 매년 점검해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이행에 따른 조치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독일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부서별 목표하는 계획이 상정돼 있고 배출량을 못 줄일 시 연방정부 차원에서 개입하는 긴급프로그램 등의 구체적 대비책이 있다"며 "우리는 정부 부처별로 목표를 도달하지 못할 경우 대안이 없다. 부처별 목표 달성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조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희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요국의 탄소중립 이행 거버넌스 체계 및 관련 법제 분석'을 통해 "독일과 캐나다, 영국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감축목표 미달성 시 조치가 법에 규정돼 있다"며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감축목표 미달성에 대한 후속조치나 책임을 요구하는 절차가 아직 없는 상태로서 미달성에 대한 후속 메커니즘을 위한 절차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담 부처 신설도 시급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환경부 중심이 아닌 여러 부처를 통합, 기후경제부 등 새로운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다른 부처들이 편성한 예산들 역시 온실가스 인지적 관점에서 관리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산업정책 추진체계 및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따르면 에너지와 기후정책이 통합된 부처를 신설한 덴마크,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은 부처 신설 후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율이 평균 5%에서 18%로 늘었다.
이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는 각 계획의 이행 시기뿐 아니라 계획 수립 주기가 다 다른 상황이다. 분야별 주무부처를 통합시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각 부서별 근거하는 법령이 다르다"며 "탄소중립기본계획이 국가 최상위 계획으로서 구실을 하려면 연계해 목표를 수립할 수 있는 조항을 명시하는 등의 정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모아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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