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23년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는데, 이날 판결로 보석이 취소됐다.
함께 기소된 한국타이어 부장 박 모 씨는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상무 정 모 씨와 한국타이어 법인은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혐의 가운데 회사 자금 50억 원을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사적 목적으로 대여한 혐의,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운전기사를 고용해 배우자를 전속 수행하게 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 개인적으로 사용할 차량 5대를 회사 명의로 구입·리스한 혐의(업무상 배임), '여행사 몰아주기' 부정 청탁을 받고 배임수재 한 혐의 등도 유죄로 봤다.
반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에서 타이어 몰드를 경쟁사보다 비싸게 사는 방식으로 MKT를 부당 지원한 혐의, 지인 2명에게 아파트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혐의 등은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한국앤컴퍼니에서 차지하는 업무상 지위와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의 지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죄책이 가볍다 볼 수 없고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그럼에도 배임수재 등 범행을 부인하며 그다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에도 자중은커녕 유사한 죄를 범한 점은 판결확정 범죄에 불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조 회장이 법인카드 사적 사용 혐의를 자백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 등 회사의 재산상 피해는 실질적으로 회복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됐다.
선고 후 법정구속 전 발언 기회를 얻은 조 회장은 "많이 반성하고 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7896만 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회장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 몰드 약 875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조 회장은 또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회사 대표와의 친분을 앞세워 MKT의 자금을 빌려줘 회사에 130억 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또 회삿돈 수십억 원을 유용해 자택 수리나 외제 차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의 횡령·배임액을 약 200억 원대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11월 한국타이어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조 회장이 혐의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하고 조 회장에 대한 고발 요청권을 행사한 뒤 올해 1월부터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지난 2023년 3월 조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가 설립한 우암건설에 끼워넣기식 공사를 발주하고 금품 등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조 회장을 추가 기소했다.
이후 한 차례 구속 만료 기한(6개월)이 지나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재판부가 같은 해 11월 보석을 인용하면서 조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