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몽 가든·디올 정원…서울 한복판 12만 평 보랏빛 정원


사람과 자연을 잇는 정원
2026년 서울숲 개최 예정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첫 날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시민들이 포켓몬 메타몽 가든을 둘러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첫 날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시민들이 포켓몬 메타몽 가든을 둘러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아빠, 여기 앞에서 찍어줘!"

22일 오후 서울 보라매공원. '포켓몬 메타몽 가든'의 조형물 앞에 선 하얀 여아 얼굴 위로 순수하고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보라색 산책로 위로 다양한 표정의 메타몽 조형물들이 아이의 뒤편을 장식하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이 특별한 공간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도시와 캐릭터, 보라빛 자연이 어우러진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올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시민들을 맞았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12만 평 규모의 공원은 앞으로 5개월간 도심 속 정원으로 운영된다. 시는 보라매공원이 공간적 특장점 덕분에 지난해 한강 뚝섬공원에서 열린 박람회보다 정원 공간을 더 많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박람회는 사람과 자연을 잇는 정원을 주제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 있는 정원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시는 올해의 서울색 '그린오로라'와 보라매공원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조합해 전체 박람회를 '가든 오로라'로 꾸몄다. 곳곳에 라벤더, 꼴풀, 베베나 같은 보라빛 식물을 배치해 차분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정원을 연출했다. 여백을 남기지 않고 촘촘하게 식재 디자인을 구성한 것도 주목할 특징이다.

이날 금상을 받은 김기한 작가의 THE LAST MEAL.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첫 날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이날 금상을 받은 김기한 작가의 THE LAST MEAL.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첫 날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시민들이 전시품을 관람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는 건 조경만이 아니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외 정원 작가들의 작품도 등장했다. 그중 금상을 받은 김기한 작가의 '더 라스트 밀'(THE LAST MEAL)이 눈길을 끌었다. 쌀보다 육류 소비가 많은 시대, 김 작가는 미래에 중요한 단백질 대안이 될 수 있는 개구리밥에 주목해 모티브를 얻었다. 7.6m 크기의 인공 연못 안에서 개구리밥이 스스로 생존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이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정원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들이 시민들과 만났다. 거대한 얼음덩어리 세 개로 '원형 물 커튼'을 형성한 '워터루츠'(WATERROOTS)는 기후위기 시대 자연의 회복력을 상징했다. 이외에도 '제3의 플라타너스 숲', '영원한 생명의 정원', '네스팅'(Nesting) 등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표현했다.

체험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열렸다. 반려식물병원, 테라리움 전시, 목재문화페스티벌 등이 진행됐다. 특히 이날 오후 4시, 보라매공원 동문 인근에서는 정원 속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항노화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약 20명의 어르신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간단한 체조 동작를 하며 정원에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무더운 초여름 날씨 속에서 시민들은 돗자리를 펴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공원 내에는 여러 캠핑을 위한 목재 데크도 다수 설치됐다. 친구와 함께 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한 동작구민 박혜정(63) 씨는 "집 근처라 자주 오곤 했는데, 여러 공간이 더 많이 생겨서 아주 만족한다"라며 "앞으로도 자주 들려서 자연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ㅣ남윤호 기자] 2025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첫 날인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생태정원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현장에는 정원·여가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정원마켓', 소상공인 푸드트럭, 도농 직거래 장터 '서로장터', 장애인 생산품을 판매하는 '행복장터' 등 다양한 부스도 마련돼 시민들의 손과 발을 바쁘게 했다. 또 반려견을 위한 '포포랜드'(PAW-PAW Land·깨끗한 나라), '반려행복정원' 등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맞춤형 정원도 조성됐다.

박람회에 대한 민간 참여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디올이 플라타너스 길 아래 '디올 정원'을 조성했다. 유럽풍 은방울꽃과 한국 야생화를 조화롭게 배치해 '도심 속 자연과의 조화'를 구현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20개의 기업이 작품 정원을 조성했다. 시는 약 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총감독을 맡은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일부 정원은 서울시가 직접 만들었지만, 상당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것"이라며 "공공 공간을 민간이 투자해 더욱이 업그레이드된 선순환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뚝섬, 올해 보라매공원, 내년엔 서울숲에서 이어지는 박람회를 통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세계적인 도시 정원 축제로 성장시키겠다"며 "산과 물줄기 등 아름다운 밑천이 많은 서울을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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