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시민단체들이 민영보험 활성화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 중심 의료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22일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무상의료운동본부, 빈곤사회연대 등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의료시장화·빈곤층 의료비 인상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공공병원 약화, 의료급여 정률제 등 국민 의료 안전망을 위협하는 정책을 멈추라고 정부에 목소리를 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윤석열 정권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후퇴시키고 전체 사회구성원 건강권을 위협했다"며 "하지만 탄핵 이후에도 보건복지부는 민간 보험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민영보험 활성화 정책, 의료기기 안전 검증 없이 현장에 투입하는 법안, 의료급여 정률제 등을 대선을 앞두고 알박기 식으로 속도를 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민영보험 활성화, 새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의료급여 정률제 추진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와 수가 정상화 등에 2028년까지 국가 재정이 아닌 건강보험 재정 20조원 이상 투자하고 비상진료체계 유지에도 건보 재정을 매달 2058억원 투입하고 있다. 이에 건보재정 적자 전환은 2025년으로 1년 빨라지고, 누적 준비금 소진 시점은 2028년으로 2년 빨라질 전망이다. 건보 재정 악화는 보장성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경증환자들 응급실 이용을 자제시킨다며 본인부담금을 90%로 올린 것도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국민 개인정보 등 빅데이터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는 정책도 민간 보험사에 유리한 상품 개발, 보험금 지급 거절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목적으로 새 의료기기를 별도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의료 현장에 즉시 진입하도록 최근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신의료기술평가 규칙' 개정안도 업계 이익을 위해 환자 안전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필요 목소리도 나왔다. 서이슬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적은 공공병상 수,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부족한 보건의료 인력은 심각한 의료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 정선, 양양, 화천 지역 주민 절반이 타지역 원정 진료를 받는다"며 "더 많은 지역에 공공병원을 만들어야 응급실 뺑뺑이 없이 국민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중요 전제는 공공병원에 대한 국가 지원 확대"라고 언급했다.
의료급여 정률제에 대한 빈민들 우려도 제기됐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 과다 의료 이용을 막겠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오는 10월 의료급여 본인부담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꾼다. 의료급여는 저소득 국민 의료를 국가가 보장하는 공공부조제도로 현재 월 소득 95만원 이하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진료비나 약제비에 상관 없이 약국 500원, 의원 1000원, 종합병원 1500원, 상급종합병원 2000원만 부담한다. 이를 의원 4%, 종합병원 6%, 상급종합병원 8%, 약국 2% 등 진료비에 비례한 정률제 부담으로 변경한다.
1종 의료급여 수급자 박용수 씨는 "유육종증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과 녹내장 치료를 받고 있다. 이달 안과 2번, 보라매병원 3번 다녀왔는데 임의로 간 건 하나도 없고 모두 병원에서 오라 해 갔다"며 "수급자들이 쓸데 없이 병원을 자주 간다는 이유로 정부는 정률제로 바꾼다는데, 아프지 않은데 병원을 가는 것이 아니다. 정률제로 바뀌면 부담이 커져 살기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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