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계엄 당시 "청장께 보고드렸다, 체포조 명단달라"


국수본 전 계장, 전 수사조정기획관과 통화 내용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6차 공판기일서 증언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오른쪽)이 3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간부가 국군 방첩사령부에게서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았고, 이를 전달받은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이 해당 내용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청장과 윤 전 조정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의 6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현일 전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전 계장은 지난해 12월 3일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에게서 전화로 국회 체포조 인력 지원을 요청받고, 이를 윤 전 조정관에게 보고한 인물이다. 앞서 이 전 계장은 계엄 선포 뒤 구 과장에게서 경찰 수사관 100명과 형사 10명, 차량 20대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이 전 계장은 "국수본 야간 인원(인력)이 없으니 영등포서 인원을 보내겠다고 (윤 전 조정관에게) 보고했다"며 "(12월 4일 오전 12시 1분경 윤 전 조정관이 전화로) '청장님께 보고 드렸다. 명단 달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또 검찰이 "당시 윤 전 조정관이 '경찰인 거 티나지 않게 사복으로 해라. 형사 조끼 빼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사복으로 해라. 조끼 입지 말라' 이건 정확히 들었고, '경찰인 거 티나지 않게' 이건 들었는지 명확치 않지만 들은 것 같다"고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군인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검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전 계장과 박창균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 사이 통화녹음을 다시 재생했다. 지난 공판에서도 재생된 바 있는 해당 통화는 이 전 계장이 윤 전 청장에게 보고한 이후 이뤄졌다.

당시 박 전 과장은 "뭐 체포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국회 가면 누구를 체포하는 거겠냐"고 대답했다. 박 전 과장이 한숨을 쉬며 "일이 크냐"고 되묻자 "넌 왜 이럴 때 영등포(서) 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전 계장은 국회의원 체포 명단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포함된 것을 알았냐는 검찰 질문에는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국회 가면 누구를 체포하는 거겠냐', '일이 크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국회의원 체포 대상을 알았던 것 아니냐는 질의에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9일 오전 10시부터 열린다. 전창훈 전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과 신동걸 방첩사 소령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30분 전 대통령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만나 계엄 내용을 지시받고 국회 봉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계엄 당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윤 전 조정관은 체포조 편성을 위한 경찰 인력이 필요하다는 방첩사의 요청을 받아 이를 상부에 보고하고 경찰 인력을 파견 준비시킨 혐의를 받는다. 목 전 대장은 당시 국회경비대장으로서 대원들에게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들의 국회 출입을 금지한 혐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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