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공수처도 나선 '지귀연 의혹'…사실이면 일단 재판 배제될 듯


뇌물수수·청탁금지 '액수' 쟁점
확인되면 형사처벌·징계·탄핵 가능
단순 유흥업소 출입이면 문제안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심리하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 접대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하기 전 언론 공개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4.21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재판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술 접대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대법원도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사실 확인을 시작하면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어떤 처분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과거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직무 관련자에게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지 부장판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의 4차 공판에서 "평소 삼겹살에 소맥을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며 "의혹이 제기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를 가서 접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우선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에게 형법상 뇌물죄나 청탁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적용된다면 액수가 쟁점이 된다. 청탁금지법 8조 1항은 '공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을 수차례 받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범죄 혐의가 인정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본다면 국회가 탄핵 소추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대법원 윤리감사실도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윤감실은 16일 지 부장판사가 방문했다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해당 업소를 현장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감사관실은 기초 사실관계가 파악되는 대로 지 부장판사를 상대로 사진 촬영 경위와 동석자, 결제 내역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지 부장판사가 접대를 받은 사실 등 혐의점이 발견된다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법관 징계는 최고가 정직 1년이다. 헌법상 신분을 보장받기 때문에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비위 사실이 확인된다면 재판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징계나 형사처벌 전에 내란 사건 재판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이같은 권한은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담당하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과 관련한 사진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그러나 단순히 법관이 유흥업소에 출입했다고 해서 징계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직무 관련자에게 접대를 받은 사실 등이 확인돼야 징계 절차까지 진행된다.

대법원 윤리감사실은 법관 비위 사항을 인지하면 이번처럼 현장조사를 하거나 해당 법관을 불러 조사하고 진술서를 받는 등 법원의 '감찰반' 역할을 한다. 검찰이나 공수처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경우 윤감실이 자료를 요청해 수사 결과를 감사 과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과거 대표적인 법관의 뇌물수수 사례로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억대 뇌물을 받은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건이 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가짜상품 제조·유통업자에 대한 엄벌 청탁 등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외제차 레인지로버를 공짜로 받는 등 1억81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대적으로 사과하고 법관 윤리 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구속 전 제출했던 사표가 재판 과정 수리되면서 의원 면직됐다. 사건은 김 부장판사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000만원이 확정되며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사업가인 지인에게 사건 청탁을 받고 골프채 세트가 든 가방을 선물받은 김모 부장판사 사건도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징계로 감봉 3개월, 징계부가금 104만원을 선고받았다. 윤감실은 골프채의 가격대 등을 확인했던 걸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 부장판사의 사건에 대해 "업무 성격상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통상 절차로 보면 제보 등이 들어오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만약 확인이 되면 징계 절차를 통해 감봉이나 정직 처분하는 절차를 밟는다. 아직은 사실을 확인하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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