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14일 출석을 통보한 가운데 김 여사가 출석에 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여사가 출석할 경우 역대 영부인 중 세 번째 출석 사례가 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오는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김 여사 측에 전달했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 등 공천개입 의혹을 포함해 창원 국가산단 개입 의혹 등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김 여사의 이번 대면 조사가 이뤄지면 전직 영부인으로는 세 번째 사례가 된다. 지난해 7월 '명품백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여사는 당시 현직 영부인으로서 첫 사례였다.
조사 장소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이 유력하다. 전직 영부인 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9년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과 가까운 부산지검에서 대검 중수부의 출장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김 여사의 경우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가 중앙지검과 가까워 수사팀이 있는 서초동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의혹의 참고인 신분이었던 권 여사는 2009년 4월11일 비공개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실 위치 또한 부산지검 고위간부도 모를 정도로 보안을 유지했던 걸로 알려졌다.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 2명은 미리 부산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가 오전 10시30분부터 밤 9시40분까지 11시간 동안 권 여사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전직 영부인 중 처음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인물은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다. 이 여사는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오후 3시부터 시작해 4시간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언론의 포토라인에 서지는 않았다. 이번처럼 검찰 조사 일정이 공개된 적도 없었다. 권 여사의 조사 사실은 조사 다음날, 이 여사는 조사 당일 저녁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권 여사는 취재진의 눈을 피해 봉하마을을 나설 때 스타렉스 승합차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출석하지 않고 서면 조사를 진행한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12년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사건'으로 특검 서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후에도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 관련 조사를 시도했으나 김 여사가 거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지난해 대통령경호처 부속실에서 진행된 조사가 '출장 조사', '황제 조사'로 뭇매를 맞았기 때문에 대면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이던 전직 영부인 중 유일하게 피의자 신분이기도 하다. 범죄 혐의도 이전 영부인들에 비해서 가볍지 않은 편이다.
수사팀은 지난 2월부터 구두로 김 여사와 조사 일정을 조율했다. 당시 김 여사는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에 불응했다. 변호사 선임 이후 검찰의 공식적인 조사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한두 차례 출석요구서를 더 보낸 뒤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 수단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럴 경우 대선 전 조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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