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교착 상태에 놓인 남산 곤돌라 사업을 두고 서울시와 남산케이블카 운영사 한국삭도공업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은 곤돌라 사업이 시행되면 회사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된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63년의 독점 운영으로 남산의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반박한다. 시는 곤돌라 사업을 통해 이동 약자들의 이용 어려움을 해결하고, 남산 생태환경 보존 사업을 위한 수익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15일 시에 따르면, 남산 곤돌라 사업은 5개월 가까이 멈춰 있다. 지난해 10월 말 한국삭도공업이 시를 상대로 공사를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2년 전 남산 곤돌라 사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돌연 반대로 선회했다. 법원은 남산 곤돌라 설치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된다는 회사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가 용도구역 지정 과정에서 변경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앞서 시는 곤돌라 지주를 설치할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했다. 이는 공원녹지법에 어긋나 설치는 위법하다는 논리다. 공원녹지법 시행령 25조에 따르면,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의 보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 지역만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반면 시는 한국삭도공업이 당사자 적격성이 없고 남산 곤돌라사업이 공익성을 갖고 있다고 맞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 곤돌라 사업으로 회사가 입는 손해보다 사업의 공익성이 더 크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했고, 항고심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시는 곤돌라 설치 후 공원 기능 확대에 따른 공공의 기여도가 높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해 9월 남산 곤돌라 착공식을 진행하고 사업을 본격화 했다.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운행하며, 시간당 1600∼2000명의 방문객을 수송할 수 있다.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남산 케이블카의 3배가 넘는 수송 능력이지만, 이용 요금은 성인 왕복 기준으로 1만 원 안팎이다. 현 남산케이블카 (성인 왕복 1만5000원) 보다도 30% 넘게 낮게 책정됐다.
그간 남산케이블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 등 '이동 약자'들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에 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으로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약자들도 평지에서 바로 탑승해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주말엔 외국인 관광인 등이 남산케이블카에 대거 몰려 몇 시간이나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시는 운영수익 전액을 남산 생태환경 보존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해 5월 '남산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를 제정해, 곤돌라 운영수익 전액을 남산 생태환경 보전사업 등에 활용하는 안을 만들었다. △도시재생기금 내 남산생태여가계정 신설 △남산발전위원회 설치 △ 남산 하늘숲길 신설 등이 마련됐다.
남산 공공성 확대를 위해 시 안팎으로 곤돌라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삭도공업은 1962년부터 63년 간 가족기업 형태로 남산케이블카 사업을 독점 운영 중이다. 케이블카 운영 용지의 40%가량이 국유지인데도, 국유지 사용료를 제외하고는 공공기여가 없다는 점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삭도공업의 2023년 기준 매출액은 195억 3700만원에 달한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63년 독점 논란을 빚고 있는 남산 케이블카사와의 법적 공방으로 남산 곤돌라 공사가 중단돼 있는 상태"라며 "법이 불합리한 독점 체제를 바로잡고 남산의 공공성, 공익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가로 막고 있다면 법이 가진 문제를 바로 잡는 방법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