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마포구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을 두고 서울시와 구의 소송전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내년 '쓰레기 대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내 소각장 신설 사업이 기약 없이 표류하는 가운데, 환경부는 내년 직매립 금지 정책 유예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에 1000t 규모의 쓰레기 소각시설을 2029년 완공하려 했으나, 구민의 거센 반발로 사업에 차질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마포구는 쓰레기 소각장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3만8000여명의 주민서명부를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시에 제출했다. 쓰레기 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마포구 승소 판결을 내린 후 서울시가 항소하자,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시는 마포 소각장 행정소송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구는 이미 2005년부터 750t 용량의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해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이미 운영 중인 소각장으로도 많은 주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소각장 추가 건립은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위협한다며 "시는 소각장 추가 건립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0일 마포구민 1850명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각장 입지 결정 고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처분이 이뤄진 과정에서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에 하자가 있고,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연구기관 선정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봤다.
반면 시는 핵심 쟁점인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시점을 두고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부터 소각장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입지 선정에만 4년이 걸린 사업이다. 양측 모두 양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라 이번 소송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패소시 시는 소각장 선정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시 관계자는 "3심까지 충분히 갈 수 있는 상황으로, 올해 안에 소송이 완전히 종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만일 패소 확정되면 처음부터 입지를 다시 선정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당장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할 수 없기 때문에 쓰레기 대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할 수 없게 된다. 종량제 봉투에 넣은 쓰레기를 그대로 땅에 묻는 기존 방법이 아닌,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다. 시의 경우 매일 800~1000톤의 쓰레기를 매립지로 보내고 있는데, 내년엔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별로 소각 시설 확충과 관련된 사업 단계를 분석하면서 다른 대안을 함께 보고 있다"라며 "현재처럼 소각 시설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직매립 금지 정책 유예안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만일 시가 불가피하게 민간 소각장을 활용할 경우 시는 연간 9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