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심판 중인 윤석열 대통령 측 일방 주장을 담아 논란이 된 안건을 의결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안건 의결에 반대한 인권위원들은 의결 철회는 물론,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위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인권침해 직권조사 의안은 부결한 반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며 의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전날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들은 "2·10 의결은 인권위의 권한 범위를 월권한 것으로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위법·부당하다"며 "입법·행정·사법부로부터 독립해 권력기관의 인권침해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인권위 본질인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도 크다"며 "수사와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그 절차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도록 해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제2의 서부지법 폭동사태 발생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인권위 안팎에서도 안건 의결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인권위 직원 80여명은 이날 호소문을 내고 "위헌·위법적인 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의 인권만 보호하겠다고 만천하에 공표하고야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허울뿐인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했다"며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어떤 말조차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과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역시 이날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통과된 안건은 인권위가 보호해야 할 일반 시민들의 권리와 무관하고, 오히려 권력자인 대통령과 국무위원인 장관의 탄핵심판에 인권위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실, 유엔인권이사회,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등 국제사회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권위의 퇴보와 자격 없는 인권위원장 및 6인 위원들의 만행을 알리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특히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는 인권위 등급 강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전날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의 건'을 수정 의결했다. 당초 안건에는 '계엄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남용이 국헌문란', '내란죄를 적용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잘못된 것',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방어권을 보장할 것' 등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인권위원들은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고, 결국 수정된 권고안이 재적 인원 10명 중 6명(안창호·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찬성으로 의결됐다. 권고안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시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것 △박성제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 남용 여부를 적극 검토해 각하할 것 △윤 대통령 본안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를 준수할 것 △구속 피의자에 대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재판을 유념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