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찍기에 게시글 테러까지…위험수위 넘는 윤 지지자들


분열 조짐에 온·오프라인 장외 여론전
재결집 위해 가짜뉴스·음모론 퍼나르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가짜뉴스를 마구잡이로 전파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을 향한 비난, 협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린 모습. /박헌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가짜뉴스를 마구잡이로 전파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을 향한 비난, 협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린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헌법재판소와 서울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민변호인단'에도 속속 가입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지지자들이 분열 조짐을 보이자 재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에는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을 향한 비난, 협박 수위를 높이면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윤 측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가입자 10만명 넘어

9일 대통령 국민변호인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입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지난 3일부터 일반 시민 대상으로 국민변호인단 모집을 시작했다. 오는 16일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가입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탄원서를 모집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명에 관한 청원', '선거관리위원회 실태 국정조사에 관한 청원' 등 서명 운동을 진행하는 등 윤 대통령 지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연일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입장문이 게시된다. 탄핵 반대 집회 일정도 공유된다. '계몽령'이라고 불리는 게시판이 있으며, '자유발언', '윤 대통령 업적', '국회 패악질' 등 세부 게시판도 있다. 게시판에는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 등이 올라오고 있다.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된 유명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도 가세했다. 전 씨는 국민변호인단 홈페이지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려는 민주당의 만행을 보면서 침묵하다가는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에 손해보고 욕먹더라도 나서게 됐다"고 했다. 앞서 전 씨는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꽃보다전한길'을 통해 '대한민국 혼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초래했다'는 제목의 영상도 올린 바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겨냥해 좌표를 찍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 갈무리·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겨냥해 좌표를 찍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 갈무리·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 도서관 홈페이지 테러하고, 마트 찾아가 협박까지

문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민변호인단을 통해 세력을 재결집하는 동시에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겨냥해 이른바 좌표를 찍고, 공공연하게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등 도를 넘은 장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과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은폐했다는 허위 주장이 담긴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대법원의 부정선거 은폐 기록'이라는 책은 지난달 20일 발간됐다. 이 책은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1위까지 차지했다. 도서 리뷰엔 '진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선관위는 투명하게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는 등 허위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최근에는 서울 모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이 책의 비치를 거부했다는 허위사실이 퍼지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도서관 홈페이지에 단체로 항의의 글을 남겼다. 평소 하루에 많게는 2개 정도의 문의만 올라오던 도서관 홈페이지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약 50개의 항의 글로 도배됐다. 결국 도서관 측은 '도서 비치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향한 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 배지를 부착하고 근무하자 악성 게시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매장에 직접 찾아와 협박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몰래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고 신상 정보를 캐내는 이들도 있다. 일부 마트에는 항의 전화가 이어지면서 업무에 방해를 입었다. 마트노조는 결국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일부는 선관위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반중 정서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계속해서 탄핵 반대 예배를 진행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부정선거만 밝히면 국민저항권이 자동으로 이뤄져 윤 대통령은 복귀하고 대한민국은 승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는 '멸공 페스티벌'에 참여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반대', '탄핵 무효' 등을 외치고 있다. 특히 '노 차이나(NO CHINA)'라고 적힌 피켓을 든 지지자들의 모습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거짓 선전이나 선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신뢰지수가 낮다 보니까 사실을 믿지 않게 되고 선전이나 선동에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오해 받을 수 있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행동과 말들을 하다 보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분노가 쌓이는 것"이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고의 힘을 길러야 자극적인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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