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깬 경호처장 자진 출석…경찰, 긴급체포 카드 만지작


수도권 4개 시도경찰청 소속 광역수사단 지휘부 소집
긴급체포 후 48시간 내 尹 체포영장 집행 관측 제기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세 차례 출석 요구만에 10일 오전 경찰에 출석했다. 박 처장을 조사하는 경찰은 긴급체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박 경호처장이 이날 오전 10시5분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김영봉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전격 출석하면서 경찰은 박 처장을 긴급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처장 신병을 확보한 뒤 윤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10일 오전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내란 혐의를 받는 박 처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특수단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단은 박 처장을 입건한 후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 처장은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까지 나오라는 3차 출석요구에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박 처장이 예상을 깨고 출석한 이유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위력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라며 "이날 출석하지 않으면 당연히 체포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로 나온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당초 박 처장이 이날도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던 특수단은 박 처장을 긴급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처장 신병 확보로 경호처를 무력화한 뒤 2차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날 조사 과정에서 박 처장을 긴급체포할 경우 이르면 오는 주말인 11~12일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전격 출석하면서 경찰은 박 처장을 긴급체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처장 신병을 확보한 뒤 윤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사진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인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장윤석 기자

형사소송법 제200조 3에 따라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긴급체포 후에는 48시간 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지 못하면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도 박 처장 긴급체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박 처장 지휘 하에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것은 중대 범죄이자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돼 긴급체포의 요건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가로막았고, 최종 책임자는 박 처장이라는 점에서 외형적으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며 "일종의 현행범 내지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 재발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급체포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은 민변 변호사도 "체포영장 집행을 피하기 위해 자진출석을 했다고 해서 긴급체포 요건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긴급체포는 범죄의 중대성과 긴급성, 필요성의 요건을 갖추면 할 수 있다"며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장의 지휘 하에 경호처 직원들이 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것은 중대한 범죄이고 앞으로도 계속 가로막겠다고 하니 긴급체포의 요건은 모두 갖췄다"고 했다.

앞서 공조본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조본은 경호처 직원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55경비단 소속 군인 200여명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고, 결국 5시간30분여 만에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경호처는 현재 공조본의 2차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관저 입구와 외벽, 주변 산길 등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영장 집행 때 가장 먼저 지나야 하는 공관촌 정문 앞에 버스 1대와 담장 뒤에 버스 3대 등 차벽도 추가 배치하는 등 철통방어로 관저를 요새화했다.

특수단은 이날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등 수도권 4개 시도경찰청 소속 광역수사단 지휘부를 총소집했다. 소집 대상엔 형사기동대장과 마약범죄수사대장 등 체포 작전에 특화된 이들이 포함됐다. 수도권 4개 시도경찰청 소속 광역수사단 인력은 1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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