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윤석열 대통령 측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그 속내가 주목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무효인 체포영장으로 진행되는 수사에 응할 수 없다"면서도 "더 이상 이런 갈등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기소를 하든지 사전 구속 영장을 청구하라. 법원 재판에는 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았다. 3일 첫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물리적 충돌 등을 우려해 5시간 30분 만에 중단했다. 재발부받은 체포영장 유효기한은 7일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청구 당시부터 집행을 거부하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이에 앞서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구 등 수사 기관의 조사도 따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노림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방어권 보장과 체포 영장 집행 지연을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피의자를 구속하는 절차다. 체포영장과 달리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거치는 등 요건이 까다롭고 직접 법정에서 변론하는 등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더라도 체포영장 집행을 지연시키는 등 시간을 벌어 지지여론을 추스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공수처가 청구하는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수처는 기관 출범 이후 구속영장을 5번 청구했으나 매번 기각되는 등 전패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사실 검사의 노하우가 많이 작용한다"며 "발부될 영장을 쓸 기술이나 경험이 있는 검사가 없는 공수처의 사정을 알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라고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사전 구속영장을 정상적으로 청구해 발부받는다면 집행에 협조할 것"이라고 서울중앙지법을 콕 집었다. 이는 촉망받는 검사가 중앙지검에 오는 검찰처럼 법원도 중앙지법이어야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엘리트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일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장전담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은 검찰 출신 변호인단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법원은 사무분담에 따른 순환 근무 구조로 검찰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을 들으면 기각할 거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며 "지금으로서는 통치행위였다는 해명밖에 없어 기각할 논리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엄연히 피의자 신분인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처분 방향을 요구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절차에 응한 뒤 그 테두리 안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게 온당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3년 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국회 보고를 앞두고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바로 그 이야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고 충고했다.
공수처는 아직 윤 대통령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체포 영장 집행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계속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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