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2차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다. 수뇌부를 체포해 경호처를 무력화한 뒤 2차 영장 집행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두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한 박 처장과 김 차장에게 3차 출석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수단은 박 처장에게 오는 10일 오전 10시까지, 김 차장에게는 오는 11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도록 3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게는 각각 10일 오후 2시와 11일 오후 2시까지 출석하라는 2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박 처장 등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특수단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와 특수단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당시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대통령 관저 수색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호처는 관저 내부에 주둔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55경비단과 함께 차량으로 저지선을 구축하고 영장 집행을 저지했다. 55경비단은 경호처의 통제를 받는다. 공조본은 결국 5시간30분여 만에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이후 특수단은 박 처장 등 4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박 처장에게는 내란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의 잇따른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특수단이 이들을 상대로 출석요구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경호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은 피의자가 통상 3차 출석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 신청을 통해 신병확보에 나선다. 이들이 3차 출석요구에도 불응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는 경호처 수뇌부를 체포해 경호처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앞서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3차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지난달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에 있다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장 등을 먼저 체포하는 적극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단은 2차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차 영장 집행 당시에는 공수처 30명과 특수단 120명 등 총 150여명이 투입됐다. 이 중 경찰 70명을 제외한 80여명이 관저에 진입했다. 하지만 경호처 직원과 군인 200여명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다.
더욱이 1차 영장 집행 시도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는 철조망과 버스벽 등으로 무장하는 등 요새화하면서 인력 보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경호처 직원이나 군인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은 상황이라 도저히 진입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수단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찰특공대 투입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될 경우 경호처와 무력 충돌 우려가 큰 만큼 실제 투입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수단 관계자는 "특공대 투입은 검토가 더 필요하고 실제 투입을 전제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선 공조본이 경호처 수뇌부를 체포한 이후 이르면 다음 주 초 2차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출석기일은 간격을 두고 요구하는데 이번에는 3회에 걸친 출석요구 기간이 짧다. 결국 체포영장 발부 요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선 경찰특공대 투입보다는 경호처 수장들을 체포한 이후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게 최적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kyb@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