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놓고 학생들과 갈등을 빚은 동덕여자대학교가 캠퍼스 환경미화를 실시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미화를 명분으로 대자보를 훼손하는 등 대대적인 '학생 지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2025학년도 입시 준비를 위해 지난 6일부터 오는 9일까지 캠퍼스 환경미화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미화 대상은 교내 모든 건물 안팎이다.
이에 맞서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은 "학교의 학생 지우기를 규탄한다"며 학내 시위를 벌였다. 8일 오후 교내 본관 정문 앞에서 열린 시위에는 재학생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학생탄압 그만둬라', '대자보 훼손 불법이다', '학생 지우기 시도하는 대학본부 반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은 "학교는 3월까지 학생들과 얘기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미제사건"이라며 "이 시점에 실시하는 환경미화는 건 학생들의 흔적을 지워 시위가 끝나 합의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학교가 투쟁의 흔적을 무시하고 지우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지만 이런 억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태로 건물 내 쓰레기 등을 두 달 동안 거의 정리하지 못했고, 학생들이 숙식을 했다 보니 어지럽혀진 곳이 많다"며 "래커칠 등 훼손된 건 나중에 고치는 거지만 일단은 청소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대자보 부착이나 시위 등을 학칙에 어긋나는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환경미화를 이유로 대자보를 뜯었다"며 "학교가 신뢰를 무너뜨렸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학교 관계자는 "지난 12월 말까지는 학교 행정이 마비되고 폐쇄된 상태라 정문에 부착된 대자보를 치우지 않았지만 출입구를 막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다 불법"이라며 "학교 행정 업무든, 수업을 듣는 학생을 위해서든 불법으로 붙여 놓은 대자보는 떼고 다른 데에 붙여 놓은 상태"라고 했다.
앞서 동덕여대는 지난해 12월23일 총장 명의로 '학생단체의 집회 및 학생 홍보물에 대한 공지'를 게시했다. 공지문에는 "최근 학내에는 규정을 위반한 집회와 홍보물로 학교의 정상적 운영이 방해받고 있다"며 "불법 집회와 불법 게시물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의거해 엄격히 조치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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