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뒤늦게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자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6일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 오후 9시께 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특수단은 이날 오전 7시께 공문을 확인했다.
공문에는 집행 전문성을 고려해 경찰에 위임한다는 내용과 함께 '향후 신속한 절차 진행을 도모하겠다. 이날 중에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할 테니 경찰 의견을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의 공문을 받은 특수단은 내부 법리 검토 끝에 법률적 문제가 있어 독자적 영장 집행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동흠 특수단 부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부적 법률 검토를 거쳐 공수처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도 "공수처가 집행 주체가 맞다"며 "우리에게 일임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고, 바로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난 3일 체포영장 집행 당시 소극적이던 공수처가 뒤늦게 경찰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이첩도 않고 체포영장 집행만 해달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경찰은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영장 집행 위임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특수단 관계자는 "공수처가 공문을 보내기 전 협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야간에 보낸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와 경찰은 공조수사본부(공조본) 체제를 통한 수사 협조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특수단은 "사건 재이첩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공조본 체제는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체포영장 집행이나 수사를 꾸준히 협의해서 공조본 안에서 열심히 수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이날 중으로 법원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할 계획이다.
특수단은 현재 계엄 사태와 관련해 총 49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당정 관계자가 25명이며, 군 관계자 19명, 경찰 5명 등이다. 특수단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도 2차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은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조본은 지난 3일 오전 8시4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집행에는 공수처 30명과 특수단 120명 등 총 150여명이 투입됐다. 이 중 경찰 70명을 제외한 80여명이 관저에 진입했다.
이들은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관저 수색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박 처장은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5시간30분여 만인 오후 1시30분께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이후 경찰은 박 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두 차례에 걸쳐 출석을 요구했다. 경호본부장과 경비안전본부장도 추가로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다. 박 처장에게는 내란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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