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탄핵 사유가 사실과 법리에 맞지 않다며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비상계엄을 만류하고자 했으며 사전에 논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 측은 24일 국회에 제출한 10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청구인 주장 탄핵 사유에 "구체적·개별적으로 반박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가 주장한 박 장관의 탄핵 사유는 △내란 행위 가담 및 이에 따른 헌법상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일련의 내란 행위에 깊이 관여 △피청구인의 국회 경시다.
박 장관 측은 "지난 3일 저녁 비상계엄 선포 전 피청구인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이후 비상계엄과 관련된 말을 비로소 들었다"며 "이전에는 비상계엄을 논의한 사실은 물론 사전에 알고 있지도 못했다. 법률 검토를 하거나 포고령을 작성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만류했다고도 강조했다.
박 장관 측은 "너무 경황이 없었지만 비상계엄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을 제기해 만류하고자 노력했다"며 "막지 못한 것이 내란의 공모·동조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그야말로 궤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헌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두고는 "헌법 제7조 제2항 정치적 중립 보장 규정을 피청구인의 중립 의무와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장관은 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인물들의 '안가 모임' 참석자로 알려졌다. 때문에 2차 계엄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박 장관 측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억지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한 특별검사법안 재표결 진행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피청구인의 재의 요구 이유를 설명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 본회의장을 나가 국회 경시 사유도 탄핵 사유에 포함됐다.
박 장관 측은 "피청구인에게 삿대질하며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 모 야당 인사를 쳐다본 사실은 있으나 야당 대표를 노려본 사실은 없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야당 대표를 쳐다본 것이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어서 탄핵사유라는 청구인의 주장에는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의요구 이유 설명인 임무를 다한 뒤 투표 시작 후 퇴장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결론' 부분에서 박 장관은 "본건 탄핵소추심판 청구는 다수의 힘을 이용하여 그야말로 국무위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자 하는 부당한 의도로 의결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신속한 기각 결정으로 정부의 법무행정 공백을 최소화시켜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70명은 박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틀만인 12일 본회의에서 박 장관의 탄핵안은 재적 299명, 찬성 195명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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