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 서대문구(구청장 이성헌)는 지난 20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수정 가결된 내년도 구예산안을 재의 요구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구의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심사를 거쳐 여야 합의 속에 지난 17일 최종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 후 확정됐다.
하지만 20일 오전 예정됐던 폐회식이 미뤄지고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기습 발의한 수정동의안이 기존 여야합의안을 대신해 그대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서대문구의회 15석 중 8석을 차지한 다수당이다.
이에 서대문구는 수정동의안 가결을 '날치기 통과'로 규정하고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시 서대문구의회 회의규칙 62조에 따라 예결위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한 만큼 향후 재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선 8기 신규 추진 사업 예산 표적 삭감 의혹이 짙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이번 수정안 가결로 △주민 평생학습 및 커뮤니티 공간 지원과 각 동 마을축제 지원 사업비 등 31억 4600만 원 △도로시설 유지보수 및 각 동 시설 개선 사업비 등 23억 4100만 원 △어르신 일자리 및 저소득 어르신 생활 지원 사업비 등 11억 1000만 원이 감액됐다.
또한 장애인 지원, 복지 사각지대 발굴, 아동 청소년 지원, 금연 지원, 정신건강 보건, 어린이공원 물놀이터 조성, 인왕산 등산로 정비, 경로당 신설 등을 위한 사업비도 감액 목록에 포함됐다.
아울러 올해 4개 전국대회를 모두 석권한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운영비 8억 4800만 원, 내외국인 150만 명이 방문하며 세계적 힐링 명소로 급부상한 ‘카페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 사업비 10억 원, 주민 문화 예술 향유를 위한 ‘클래식 공연’ 예산 2억 9000만 원은 전액 삭감됐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8월에도 구의회 다수당의 추가경정예산안 보이콧으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지원에 차질을 빚은 점에 비춰 이번 예산 감액이 주민 복지와 생활안전 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어 민주당이 '구가 교육경비와 노령연금 예산 10억 원을 삭감해 이를 농구단 운영비로 증액하려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 관련해 "민주당 구의원들이 예결위 계수 조정을 통해 해당 예산 10억 원을 삭감했는데도 마치 구가 농구단 운영을 위해 삭감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관계자는 "이번 사례와 같이 구의회 본회의에서 각 상임위 및 예결위 합의를 무시한 채 수정동의를 남발한다면 위원회 제도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님들의 비상식적인 예산안 의결권 행사가 의회 파행과 주민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매우 실망스럽지만 굴하지 않고 더욱더 주민 행복 200%를 위한 사업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야를 떠나 구의회가 주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본질적 역할에 충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양희 서대문구의회 의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상임위에서 결정된 안을 가지고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라 집행부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갖고 전액 삭감한 것"이라며 "규정 위반도 없기 때문에 재의 요구는 안 될 거라고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