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로 여성에게 사적으로 접근한 남성 공무원에 대한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양상윤 정한영 조약돌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A 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대학교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으로 대학 행정정보시스템상 학적 사항 조회를 통해 학생 B 씨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A 씨는 B 씨에게 늦은 밤 전화해 "남자 친구가 있느냐", "없으면 잘해보려고 했다"는 등의 말을 했다. A 씨는 전화번호와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는 B 씨의 질문에 "신고할까봐 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A 씨의 행위가 지방공무원법 제48조 '성실의 의무'와 제55조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A 씨에게 정직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3월 서울시지방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A 씨가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심사위는 "A 씨의 행동이 개인정보보호법 19조 위반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된다"며 "A 씨가 업무상 취득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사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점,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처분이 과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19조는 정보 주체로부터 별도 동의를 받은 경우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A 씨는 정직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고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는 취지로 정직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소청심사위 결정에 따르면 학적 사항 조회를 통해 개인정보를 취득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처분 사유가 될 수 없고, B 씨에게 한 말들은 성희롱이 아니므로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청심사위는 개인정보보호법 19조 위반 여부가 아닌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위반 여부로 징계 양정을 고려했다"며 "비위 행위 자체가 없다고 본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발언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성적 언동으로 보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이익을 제시한 정황도 없다고 봤다. 또 해당 행위가 사적인 상황에서 한 번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의 행위가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무단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로 이루어졌다"면서 "공직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정직 이상의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비위를 저질렀음에도 가장 가벼운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면서 "이 사건의 처분이 재량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y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