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사실상 멈췄다. 의대 수시 합격자가 발표되는 등 입시 절차가 진행되면서 의사들은 증원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의대생들은 결과에 상관없이 내년도 복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정 갈등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험생과 의예과 1학년 학생 등 8명은 지난 6월 내년도 의대정원 변경을 승인한 한국대학교육협회(대교협)를 상대로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은 지난 7월 1심, 8월 2심에서 기각됐으며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신청인들은 "입시 관련 사건은 수능 이전에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대법원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법원에 심리 및 결정 신청서 12회, 참고 서면 8회 등 총 20차례에 걸쳐 결정 촉구 서면을 제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시 최초 합격자 등록이 마무리된 이날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총 4567명이다. 기존 3058명에서 증원된 1509명을 합친 수치다. 전국 의대는 지난 13일 수시전형 최초 합격자 3118명을 발표했고, 전날 등록까지 마감한 상태다.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이월된다. 각 대학 정시 원서 접수는 오는 31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다. 사법부에서 가처분 신청을 최종 기각할 경우 정시모집 절차는 일정대로 진행된다.
의사들은 신속한 '인용' 결정을 바라고 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025년도 대학입시 모집요강은 입시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2023년 5월에 이미 발표됐어야 한다"라며 "의료 대란, 의학교육 파탄을 피할 수 있는 가능한 방안은 대법원이 빨리 결론을 내주는 것 뿐"이라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및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대법원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의대 증원으로 고등교육법령상의 사전 예고제가 보호하고 있는 법률상 이익인 입시의 안정성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무너졌으며 의대생의 학습권 또한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사직 전공의이자 의료소비자단체 '병원다니는 사람들' 김찬규 대표는 "대법원에서 정시모집 시작 전인 12월 안엔 인용 결과가 나와야 의미가 있다"며 "적어도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개혁 정책에 브레이크 역할은 해 줄 수 있고, 그 다음엔 전공의 복귀 등 현안에 대해 차분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대생들은 대법원 결정과 무관하게 내년에도 학교 복귀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의학교육 현장의 혼란은 이미 예정됐기 때문에 돌아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관계자는 "24학번 휴학생들이 내년에 복귀할 상황에선 기존 정원만큼 신입생을 선발해도 한 교실에 인원이 최대 2배로 느는 만큼 정상적인 의학교육이나 수련이 불가능하다"며 "의학교육 정상화 기준은 이미 기존 정원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시간 지연으로 인용과 무관하게 기존 3058명 동결로도 이미 교육 현장 파괴는 예견된 일"이라며 "학생들에게 판결 여부는 그리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근원적 문제의 해결이 학생들을 수업에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유일의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