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계엄 성명에 '부실·맹탕' 반발…직권조사도 '아직'


안창호 인권위원장, 계엄 이후 8일 만에 성명 발표
인권단체들 일제히 비난…"계획도 없고, 입장도 없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은 지난 11일 12·3 비상계엄 이후 8일 만에 성명을 발표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12·3 비상계엄 이후 8일 만에 성명을 발표했지만 '늑장 대응에 맹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계엄 사태에 따른 인권침해 직권조사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인권위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선포와 관련한 현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8일 만에 나온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앞으로 중요한 것은 조속한 사회 안정과 국민 화합을 위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 선포 전후의 모든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하는 것"이라며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인권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성명에서 계엄 사태의 위헌이나 위법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계엄에 따른 인권침해 여부를 직권조사하겠다는 내용도 빠졌다. 안 위원장은 "인권위는 계엄과 관련된 상황이 조속히 종료되도록 노력하고 관련 인권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만 했다.

인권단체들은 늑장 발표에 내용조차 부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의 일반논평 2.5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나 쿠데타시에 국가인권기구는 높은 수준의 경계심과 독립성을 갖고 자신의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며 "이미 침해됐거나 침해될 인권들에 대한 입장을 한시라도 빠르게 발표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활동가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친위쿠데타 혹은 내란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부분과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명시했어야 했다"며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도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전공의를 '처단'하겠다는 등 계엄포고령만 봐도 인권침해적 요소가 명백한데 그 부분을 하나도 짚지 않았다"며 "사실상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계엄 사태에 대한 직권조사를 두고 격론이 오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지난 9일 열린 제23차 전원위원회에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을 상정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23일 재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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