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 기자]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중복을 이유로 군 장성들의 통신영장을 기각했다. 검·경이 엇박자를 내면서 수사 초기부터 난항이 우려된다.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에 따르면 법원은 내란 혐의 주요 피의자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고위 관계자 4명에 대해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했다.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통신영장만 발부했다.
법원은 수사기관 간 중복을 이유로 통신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 관계자는 "(영장 주체)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에 이견을 보이면서 각자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6일 120여명 규모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으며, 전날 중대범죄수사과를 포함해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광역수사단 소속 수사관 등 30여명을 추가로 투입, 총 150여명 규모의 특수단으로 격상했다.
경찰은 "지난 6일 검찰로부터 수사 효율성 차원에서 합동수사 제안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거절했다"며 "수사의 신뢰성·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 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 혐의 수사는 경찰 소관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사무 지휘·감독권을 가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계엄에 찬성 또는 반대했는지 모호한 상태라 검찰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했다. 특수본은 지난 8일 새벽 김 전 장관을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불러 조사한 뒤 긴급체포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김 전 장관을 다시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날 내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날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을 맡았던 정진팔 합동참모본부 차장(중장)과 이상현 1공수여단장(준장) 등도 조사했다.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가 모두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 대상에 경찰 수뇌부가 대거 포함된 점을 거론하며 경찰을 견제하고 있다.
검경 경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가세한 상태다. 공수처는 검찰과 경찰을 향해 비상계엄 선포 사건 이첩을 공식 요청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직후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다만 법원은 영장이 중복 청구됐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간 이견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수사 과정에서 협의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이첩은 법률 검토 중이며 확정된 건 없다"며 "현재로서는 경찰이 명확한 수사주체로 판단하고 신속하게 수사했다는 말씀밖에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을 검찰이 체포한 상태에서 경찰 수사에 지장이 없는지 묻자 "자료 확보가 중요한데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며 "피고발 지휘관 위주로 먼저 조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조사와 관련해서는 협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관 간 서류가 어느 기관에서 접수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필요한 사안은 기관 간 협조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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