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조성은·이윤경 기자 송호영·이하린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서울 도심은 둘로 갈라졌다. 여의도 국회 앞 일대는 무거운 침묵이 흐른 반면, 광화문 일대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7일 오후 6시께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퇴장으로 윤 대통령 탄핵안이 사실상 부결되자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 표정은 굳어졌다. 국회 앞 의사당대로 양방향 전 차선에 앉은 시민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야유를 보내고 분노를 표출했다.
영하권의 가까운 차가운 날씨에도 패딩을 입고 촛불을 든 시민들은 '탄핵, 탄핵, 탄핵'을 외쳤다. 일부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부르짖으며 '돌아와'를 목 놓아 외쳤다. 곳곳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욕설이 들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이들도 있었다. 남은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국민의힘은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가결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시험 공부하며 표결 결과 기다리는 학생도…폐기되자 허탈
오후 7시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루고 표결 시간을 연장하자 촛불을 든 시민들은 국회를 둘러싸고 '탄핵 가결'을 외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일부는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항의 방문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회를 빠져나가는 국민의힘 의원이 있으면 투표를 독려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시민과 학생들도 국회 6문 담벼락 부근을 둘러싸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일부 대학생들은 담벼락에 기대 앉아서 시험 공부를 하며 탄핵 가결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후 9시30분께 탄핵안 표결이 최종 무산되자 시민들은 허탈해하며 아쉬움의 탄성을 질렀다. 시민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 정기수(53) 씨는 "3시간 걸려서 왔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변명과 거짓말을 일삼다 국민에게 총칼을 들었는데, 오늘은 탄핵안 부결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탄핵될 때까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왔다는 전성훈(50) 씨는 "국민의힘은 당리당략과 자신들 안위를 위해 국민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한 임환열(29) 씨는 "하루빨리 윤석열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며 "오늘 부결이 실망스럽지만 끝까지 나오겠다"고 했다.
고등학생들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배효재(18) 양은 "기말고사 기간인데 왔다. 오늘 부결은 실망스럽지만 앞으로 계속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했다. 역사를 알면 계엄을 쉽게 입에 올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모(17) 양도 "계엄 트라우마 있는 사람이 많은데 계엄을 내린다는 건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독재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윤석열은 대통령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 "감사합니다" 눈물…안철수에겐 욕설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사실상 탄핵안 부결에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후 6시께 국민의힘 의원들 퇴장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일제히 박수치며 환호했다. 일부는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눈물을 흘렸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이들도 보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불빛을 들고 깃발을 흔들며 '만세'를 외쳤다. 곳곳에선 '이재명 구속하라', '빨갱이 세력 구속하라' 등 구호도 흘러나왔다. 국민의힘에서 본회의장에 홀로 남은 안철수 의원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표결 시간 연장에 우 국회의장을 향한 비난과 비판을 이어갔다. 일부는 우 의장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였다. 오후 7시35분께 '우리가 이겼다'를 외친 집회 참가자들은 마무리로 만세 삼창을 한 뒤 해산했다.
이모(65) 씨는 "탄핵할 이유가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발목 잡고 멋대로 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겠냐"며 "탄핵안이 부결돼 감사하다. 감동이다"고 말했다. 20대 최모 씨는 "죄가 없는데 탄핵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앞으로 민주당이 해체돼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이날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이른 시간부터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 각각 모여들었다. 민주노총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후 3시부터 '윤석열 정권 3차 퇴진 민중총궐기' 집회를 열었다.
주말을 맞아 수많은 시민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국회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탄핵안 표결이 예정된 오후 5시에 가까워지자 주최 측 추산 100만여명이 모였다. 의사당대로를 밝힌 촛불행렬은 국회의사당역부터 여의도공원까지 길게 이어졌다. 대로에 앉은 시민들은 '내란죄 윤석열 탄핵', '즉각 체포'라는 빨간색 손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 국회 표결 전부터 거리 나선 시민들…대학생도 시국대회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도 오후 1시40분부터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를 열었다. 고려대학교와 부산대, 경북대 등 전국 31개교에서 주최 측 추산 1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각 학교를 상징하는 점퍼와 장갑을 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곳곳에는 50여개 깃발과 '윤석열에게는 하루라도 맡길 수 없다', '비상계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 퇴진으로 사죄하라', '역사를 잊은 정부는 미래가 없다' 등이 적힌 20여개 만장이 바람에 펄럭였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등은 오후 3시부터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 대한민국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0여만명이 운집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이재명 구속하라', '주사파 척결하라' 등 손팻말을 들었다. '박근혜 탄핵, 윤석열에게는 반복하면 안 된다. 윤석열 탄핵 반대한다' 구호도 반복해서 외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규탄하는 구호도 나왔다. 대국본 사회자는 "배신자를 처단해야 한다. 한동훈을 처벌하라"며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한동훈 대표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