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행복 빼앗은 건 尹"…계엄령 선포에 잠 못 이룬 시민들


자정까지 국회 인근서 헬기 소리 이어져
계엄해제 요구안 가결에도 불안감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조채원·이윤경·오승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선포한 계엄령에 대해 시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서울 도심에서 헬기와 탱크 목격담이 속출했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계엄령은 2시간30여분 만에 해제됐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 1시간10분쯤 후인 3일 오후 11시47분께 국회에서 3km 정도 떨어진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는 헬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헬기가 연달아 국회 방향으로 향하면서 소리는 잠잠해지다가 다시 커졌다.

국회에서 5km 정도 떨어진 서울 관악구에서도 헬기 소리가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소리가 잠잠해지던 오후 11시55분께 만난 40대 여성 A 씨는 "지금 친구들 단톡방에는 사당 IC 쪽에 탱크 진입한 것까지 사진 올라왔다고 한다"며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도 지금 어려운 상황인데 굳이 자기 '방탄'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생이 군복무 중이라는 20대 여성 B 씨도 "걱정된다, 대통령이 제정신인가 싶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도 시민들은 걱정과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12개월 아기 엄마'라고 소개한 20대 여성 C 씨는 "주변에서 벌써 분유, 기저귀 등 '생필품 사재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한다"며 "계엄 선포가 정말 필요한 지 의문이고, 환율이 폭등하는 것 보면 당장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더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7살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30대 여성 D씨도 "유튜브로 국회 상황을 보고 있는데 군인들이 왔다갔다 하니 무섭다"며 "어린이집도 보내야 할 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와 행복을 약탈한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을 계엄 명분으로 내세운 윤 대통령을 겨냥해 "지금 일상의 자유와 행복을 빼앗은 사람이 누구냐"고 직격했다.

국회는 이날 새벽 1시쯤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190명에 190명 찬성으로 만장일치다. 국회의장실은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30대 직장인 남성 D 씨는 "회사에서 출근하지 말고 재택근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국회에서 해제요구안이 가결됐다 해도 아직도 군과 경찰이 움직이니 안심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예비군 훈련이 예정된 30대 남성 E 씨는 "훈련을 몇 시간 앞두고 갑작스런 비상계엄 소식을 접해 너무 당황스럽다"며 "훈련은 취소될 것 같지만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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