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소속사 어도어와의 갈등을 빚은 그룹 뉴진스 멤버 5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뉴진스는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가 어도어에 있으니 위약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의 전속 계약은 2029년까지 유효하다며 잔류를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 없이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전례 없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전속계약 해지를 두고 의견 조율을 못해 결국 법적 분쟁으로 번질 경우, 어도어 측에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해 뉴진스에 위약금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지난달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0시를 기준으로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조치는 하지 않으며,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가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어 위약금도 물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뉴진스는 어도어 측에 지난 13일 내용증명을 보내 △하이브 문건에서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고 한 것 해명 △멤버 하니를 "무시해"라고 한 타 레이블(빌리프랩) 매니저에 대한 조처 △하이브 PR 홍보실장이 뉴진스 성과를 폄하한 것에 대한 조처 △뉴진스 색깔을 지키고 뉴진스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 △민희진 전 이사의 어도어 대표이사 복귀 등 총 8가지를 요구했다. 뉴진스는 내용증명 수신 후 14일 이내 위반 사항이 시정되지 않으면 전속계약 해지를 예고했으나, 어도어가 보낸 회신에는 개선책이 없었다.
멤버 민지는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며 "계약을 해지하면 전속 효력은 없으므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다.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가처분 등의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멤버 해린도 "전속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활동해 저희가 위약금을 낼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오히려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났고, 당연히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다"고 말했다.
어도어는 뉴진스의 전속계약은 2029년까지 유효하다고 맞섰다. 어도어는 29일 입장문을 내고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을 받기도 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전속계약 해지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진행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간 연예인과 소속사 간 계약 분쟁이 발생하면 전속계약 무효 가처분 신청(연예인)과 활동금지 가처분(소속사) 등의 법률적 대응이 공식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뉴진스는 법적 대응 없이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뉴진스가 여론전을 활용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새 판'을 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변호사는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 계약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소속사와 가수 사이 계약으로 봤을 땐 소속사를 나가서 활동하겠다는 선언 자체가 계약 위반을 공표한 것"이라면서도 "뉴진스가 현재 법적 분쟁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는 건데, 여론전에 기댄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 대중들의 반응은 뉴진스에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뉴진스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전례 없는 방법이다.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을 하지 않고 나가도 된다. 이렇게 되면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고 뉴진스는 그걸 기다리면 된다"고 썼다.
어도어는 향후 뉴진스에 활동금지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기자회견에서 어도어를 나가더라도 그룹명은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을 밝혀 계약 해지 이후 그룹명을 두고도 상표권 소송 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예계에서는 어도어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뉴진스의 위약금이 적게는 3000억 원에서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PD 출신 이승우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뉴진스가 주장하는 소속사의 귀책 사유가 위약금이 전액 면제될 정도로 중대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계약서 조항이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위약금이 어떤 식으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뉴진스 측은 이 위약금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