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최고 200개 택배 업무 맡은 장애인…인권위는 진정 기각


장애인단체, 인권위 규탄…행정심판 청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지 올해로 16년이 지났는데 고용 현장에서는 장애 정도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차별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지체장애인이 택배 업무를 전담하게 된 것이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냈으나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단체는 "장애 정도와 특성만을 고려한 잘못된 판단"이라고 규탄했다.

27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에 따르면 지체장애를 가진 A 씨는 지난 2012년 모 회사에 장애인 의무고용으로 채용돼 총무팀 사무보조로 11년째 우편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1년 3월 택배 전담 직원이 그만두면서 택배보관소 업무가 총무팀 업무로 추가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가 전담하게 됐다.

A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택배보관소 업무 배치가 장애 정도와 평소 업무 능력 등에 비춰 현저한 신체적 부담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정을 기각했다.

장추련은 "크기와 무게가 다양한 많은 택배 물품을 A 씨가 계속 들어 올리고 옮기는 일을 해야 했다"며 "매일 새로 들어오는 택배량이 적게는 40~50개, 많게는 2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오른쪽 팔과 다리에 모두가 마비가 있어 손가락을 움직이기 어렵고 오른쪽 팔은 접는 것조차 힘들다"며 "오른쪽 다리는 왼쪽 다리에 비해 길이가 짧아 걸음이 절뚝거리는 등 걷는 것도 불편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택배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 넘어져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며 "택배 물품의 분류 및 정리 작업을 해야 하는 택배보관소 업무는 편마비가 있는 피해당사자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추련은 "장애인 차별이 명확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의 잘못된 결정을 규탄한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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