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을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형태로 명단을 작성·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가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22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모 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정 씨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적으로 스토킹 범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씨가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한 것도 1~2회에 그쳤기 때문에 스토킹의 지속·반복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힘들다고도 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고 있고 피해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스토킹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고, 지속성과 반복성이 있어야 하지만 이 요건이 충족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또 "피해자 중 일부만이 피고인의 행위로 불안감과 공포심,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진술할 뿐 나머지는 단순한 불쾌감을 이야기했다"며 "피해자 중 13명 정도는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스토킹 처벌법의 개정으로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공개한 행위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정 씨가 피해자들의 개인 정보를 게시해 의료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들을 '낙인찍기'한 것이라며 엄벌을 요청했다.
이날 공판은 전날 정 씨가 청구한 보석심문도 함께 진행됐다. 정 씨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지난달 15일 구속기소됐다.
정 씨 측은 "피해자 명단 게시 행위 외엔 피해자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를 한 바 없고, 동료인 의사들에게도 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라며 방어권 행사를 위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구속된 이후 사정이 바뀐 게 전혀 없다"며 보석청구 기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을 다음 달 13일로 지정하고 보석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정 씨는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의 명단을 작성한 뒤 의료계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채널 등에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글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씨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의료계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