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거소투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안내방법을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거소투표는 병원·요양소·수용소·교도소 기거로 투표소 이동이 곤란한 사람을 위한 투표 방식으로 공직선거법 제38조에 규정됐다.
인권위는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공직선거관리규칙'에 입원환자의 거소투표 안내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권고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선거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입원 환자들에게 서면이나 구두로 고지될 수 있도록 조문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A 씨는 지난 4월 병원 직원에게 제22대 총선 거소투표 의사를 밝혔지만 사전 신청자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A 씨는 4월10일 보호자인 동생과 함께 외출해 왕복 6시간 걸리는 자택 인근 투표소에 가서 투표했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현장투표로 선거권을 행사했으므로 인권침해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선관위가 발송한 거소투표 신청서 서식과 안내문을 병동 게시판에 부착하거나 문서로 전달하지 않고 병동 회진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구두로만 안내한 사실을 확인,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5만6785명 중 자의입원 환자를 제외한 동의·보호·행정·응급환자는 57%에 해당하는 3만2389명이다. 인권위는 자의입원 환자에게만 단독 외출이 허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입원환자의 과반은 실질적으로 거소투표를 통해서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라고 봤다.
인권위는 "의사가 회진하며 소극적으로 구두 안내한 병원들은 거소투표 신고자가 없었다"며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에 따라 유권자에게 투표권 행사 고지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