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법원이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한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연세대학교에서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세대가 즉시 항고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선 '시간 끌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세대는 재시험은 물론, 수시모집 인원의 정시모집 이월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논술시험 문제 유출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20일 수험생과 학부모 등 34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논술 시험 결과 효력 정지 가처분에 대한 연세대 측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학교 측 기존 주장과 새로 제출한 소명자료 등을 살펴봐도 연세대가 다투는 부분은 여전히 그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며 "지난 15일에 한 가처분 결정 중 채무자 패소 부분을 인가한다"고 결정했다.
논술시험의 효력이 정지되면서 재시험을 요구하는 본안 소송의 판결 전까지 261명 모집에 9666명이 응시한 24개 학과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후속 절차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 13일 예정됐던 합격자 발표도 불가능하게 됐다.
연세대는 이날 해당 재판부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연세대는 전날 재판부에 "본안 소송 판결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본안 소송은 증인 심문과 사실 조회 등을 해야 해서 합격자 발표 전까지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본안 소송은 첫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연세대는 재시험과 정시 이월 방안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측 법률대리인은 "이번 시험을 잘 봐서 합격권이었던 수험생들이 재시험에서 반드시 합격하리란 보장이 없고, 정시로 이월하면 논술시험만을 준비해 온 수험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재시험과 정시 이월 모두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냥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상태로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험생 측은 연세대가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 김정선 일원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연세대는 논술시험의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시행할 여력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스스로 시간 부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세대가 항고심까지 시간을 끈다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험생들과 우리나라 교육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연세대는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공정성 침해를 인정하고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수험생 A 씨는 "연세대가 원하는 것은 재시험도, 정시 이월도 아닌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합격자 발표를 할 수 있게 되더라도 학생들이 불합격이란 결과를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수험생 측은 본안 소송에 대비해 법원에 제출할 탄원서 등을 모을 계획이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수험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양측 모두 본안 소송 재판부에 신속기일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빠른 재판을 촉구하고 있지만 합격자 발표일까지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보는 72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 문제지는 곧바로 회수됐으나 이 과정에서 온라인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험생과 학부모 등 34명은 지난달 21일 연세대를 상대로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돼 재시험을 봐야 한다는 취지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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