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채영 기자] 검찰이 약 14억여원 가량의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하고 투약한 병원 관계자 등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최대 투약 10분을 훌쩍 넘긴 10시간 이상 투약하거나 심야 투약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4억60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불법 판매하고 투약한 의원 관계자 8명과 중독자 24명 등 총 32명을 입건해 31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과 병원 및 의사를 섭외하는 역할을 맡은 총책은 범행의 전 과정에 참여했으나 현재 도주한 상태로 소재 파악이 불가능하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해 추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프로포폴 오·남용 의료기관 출신인 상담실장과 간호조무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 당국의 의료용 마약류 감시를 피하고자 의사, 사무장, 의료기관 개설자가 가담해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했다.

이 과정에 자금관리책으로 폭력조직원도 합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직원은 중독자들이 마약 투약 후 각성 상태로 난동을 부리는 등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의원에 상주하며 관리 역할을 했다.

이 병원 의사 A 씨와 개설자 B, 또 다른 병원 사무장 C 씨 등 8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면·환각 목적으로 총 417회에 걸쳐 14억58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에게 주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상담실장 D 씨가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받은 대금에 따라 투약량을 결정하면 간호조무사가 A 씨의 관리 감독 없이 수면 마취하는 방식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왔다.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하지 않은 260명의 명의로 8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보고하기도 했다.

프로포폴 중독자 20여 명은 수면 목적으로 총 20~50회에 걸쳐 프포포폴과 프로포폴로 인식한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한 혐의를 받는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능을 가진 약품으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NIMS에 보고 의무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NIMS 보고 의무가 없다"며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독자들은 많게는 10시간24분까지 프로포폴 등을 투약했다. 프로포폴의 최대 투약 시간은 10분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전 10시가 안 돼서 병원에 들어갔으나 저녁 6시에 나오기도 하고 밤 10시에 들어가 새벽 5시에 나오는 등 심야 투약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2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서울 소재 프로포폴 오남용 병원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한 한 또 다른 병원에서 이 사건의 범죄 정보를 파악해 수사에 나섰다. 지난 6월 압수수색을 통해 D 씨 등 4명을 검거했고, 7월 처음으로 구속기소 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중독자를 검거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검찰은 "급증하는 의료용 마약의 오남용과 2차 피해 발생 등에 엄정 대응하고자 의료용 마약류 전문 수사팀을 상설화한다"며 "의료용 마약류 관련 범행을 적극 단속하는 등 마약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생활 안전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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